새 체계의 첫 달, 드러난 현장의 변화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신설을 골자로 한 새 형사사법체계가 시행 한 달을 맞았습니다. 핵심은 검사의 수사권 폐지인데요. 기소 이후 검사가 수집한 추가 증거는 재판에서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서 현장의 혼란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드러난 건 피해자들의 증거 제출 포기입니다.
물건 납품업을 하는 조 모 씨는 8억 5천만 원어치 사기 피해를 입고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민사재판에서 확보한 추가 증거를 형사재판에 반영하려 했지만, 담당 검사가 자료를 거절했습니다. 재판 기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1년 전 수사한 경찰을 다시 찾아가야 했고, 결국 조 씨는 증거 제출을 포기했습니다. 제도 변화 시기에 걸려 억울하다는 호소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급증한 보완수사와 높아진 영장 문턱
공소청 내부에서도 민원인이 낸 추가 증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혼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검사들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 자료를 받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2일부터 29일까지 경찰에 요구된 보완수사는 1만 2천465건으로 하루 평균 445건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월평균보다 35%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영장 청구에서도 변화가 뚜렷합니다. 지난달 2일부터 24일까지 구속영장 불청구율은 36.2%로, 올해 9월까지 평균 22.2%와 지난해 17.9%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체포영장 불청구율도 21%로 지난해 7.4%보다 높아졌는데요. 검사가 직접 증거를 보강하기 어려운 새 체계에서는 예견된 변화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안착을 위한 과제
경찰은 수사 인력 4천여 명을 충원하고 근무 여건 개선에 나섰지만, 일선에서는 사소한 오탈자까지 지적된다며 업무 부담을 호소합니다. 반대로 검사 입장에서는 유죄를 입증할 만큼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면 기소를 결정하기 어렵고, 구속 기한 내 처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새 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경찰이 진술과 물증을 스스로 충분히 확보하는 수사 역량이 관건입니다. 피해자에게 증거 제출 창구를 명확히 안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