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분노한 시민들
이란에서 극심한 경제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며 최소 7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체포되는 등 유혈 사태로 번지고 있다. 시위는 지난달 28일 리알화 가치 폭락으로 시작된 상인들의 시위에서 촉발됐으며,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Z세대가 합류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는 **'경제적 정의'**를 요구하며 정권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사망 사건 이후 3년 만에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란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불만이 폭발한 결과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해 이란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리알화 가치는 8년 사이 44배 가까이 폭락했다. 12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2.2% 상승했으며, 식료품 가격은 72%나 뛰는 등 초인플레이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사는 이란 국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혈 충돌과 강경 진압
시위 현장에서는 총성이 울려 퍼지는 등 군경과 시위대의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차하르마할에바흐티아리주, 로레스탄주, 이스파한주 등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란 인권 단체는 시위대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보안군 측도 바시즈 민병대원 1명이 숨지고 이슬람혁명수비대 군인 13명이 부상하는 피해를 입었다.
Z세대의 적극적인 참여로 시위 규모가 커지자 이란 정부는 유화책에서 강경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란 검찰총장은 시위대를 **'불안 조장 세력'**으로 규정하며 법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고, 로레스탄주 부지사는 시위가 폭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히잡 시위 당시 551명이 사망한 전례가 있는 만큼, 정부의 강경 진압이 또다른 대량 학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벼랑 끝의 이란 경제
이란의 경제 상황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리알화 가치는 지난 8월 이후로도 30% 이상 추가 하락했으며, 중앙은행 총재가 책임을 지고 경질되는 등 정부 내부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난의 근본 원인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가 꼽히지만, 정부의 무능과 부패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합법적인 시위를 위한 여지를 마련해주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고통이 심화될수록 시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정부는 이를 강경 진압으로 맞서면서 충돌이 격화되는 패턴이다. 이번 시위가 장기화되거나 확산될 경우, 2022년의 피비린내 나는 진압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국제사회는 이란의 인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개입은 없는 상태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란 정부에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 권리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미미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