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인 시장 반응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뉴욕 증시는 오히려 상승 마감했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가 1.3% 가까이 올랐고, 다우지수와 S&P500도 함께 올라섰는데요. 전쟁 위협이 공포보다는 낙관으로 작용한 역설적인 장면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시장을 지탱한 몇 가지 뚜렷한 신호에서 비롯됐습니다. 한편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은 주식, 원화, 국채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를 기록하며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급락장을 연상케 하는 이 양극화된 반응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상승을 이끈 두 개의 축
시장을 떠받친 첫 번째 축은 미국 경제의 견조한 근본입니다. ADP가 발표한 2월 민간 고용은 6만 3천 명이 늘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교육·의료와 건설 분야에서 고용이 활발했고, 서비스업 경기 지표도 2022년 중반 이후 가장 빠른 확장세를 보였죠. 실물 경제의 탄탄함이 투자자들에게 위기 상황에서도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줬습니다. 두 번째 축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안정화 의지입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 안전을 미 해군이 보장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는데요. 이 발언은 유가가 급등하는 것을 막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미·이란 간 물밑 접촉설 또한 분쟁의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며 시장 심리를 누그러뜨렸습니다.
가시화되는 리스크와 불확실성
그러나 모든 위험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국제 유가는 베선트 장관 발언 이후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분쟁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급등했고,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은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죠. 이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추가 데이터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올해 금리 인하가 한 차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의 혼란은 이러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각국에 미치는 영향이 고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볼 수 있다고 경고하며, 앞으로 일주일이 사태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시장은 여전히 중동의 한 발짝 한 발짝을 예의주시하며 호흡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