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까 말까, 살까 말까…세금 쇼크에 멈춰선 시장
정부의 2026년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집주인들은 매도 시기를 저울질하고, 실수요자들은 살 곳을 찾아 헤매고, 세입자들은 전월세 불안에 떨고 있는데요. 서울 주요 중개업소에는 문의 전화는 늘었지만, 정작 호가를 크게 낮춘 급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과거 5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직전에는 매도 시점이 명확해서 매물이 쏟아졌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실제 세 부담이 커지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고, 증여나 보유 등 선택지도 다양해서입니다. 이번 세제 개편은 단순히 매도를 재촉하지 않고, 보유와 증여, 매도 사이에서 집주인들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많은 다주택자가 세부 내용에 따른 정확한 영향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관망하는 분위기가 짙게 깔렸습니다.
20억대는 북적이고 80억대는 울적한 극과 극
가격대별로 시장의 온도차는 극명합니다. 시세 20억 원대 아파트가 밀집한 마포·용산·성동, 이른바 '마용성'과 한강벨트 지역은 절세를 노린 매수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1주택 실거주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이 공시가격 14억 원(시세 약 20억 원)으로 상향되면서, 해당 가격대가 '세금 안전지대'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반면 강남 압구정 등 80억~90억 원대 초고가 주택은 절세 매물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작 사정은 녹록지 않습니다. 2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2억 원으로 엄격히 묶여 있어, 일반 실수요자가 자력으로 매수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국 현금 부유층이나 부유한 젊은 층만 노려볼 수 있는 구조가 초고가 시장을 더욱 폐쇄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당연히 하위 가격대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15억 원 이하 비규제 역세권 단지로 수요가 몰리면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데요. 대출 규제가 덜한 이 구간이 실수요자들이 유일하게 발을 딛을 수 있는 땅이 되었습니다.
세금은 올랐는데 대출은 막혔다
세제 개편의 그림자는 세입자들에게도 드리워졌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면서, 집주인들이 급증하는 보유세를 임대료에 전가하거나 실거주를 위해 세입자를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6.2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물론 시장에도 긍정적 신호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강남 고가주택보다 비강남권이나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절세 매물이 점진적으로 나오면서, 그동안 수도권 시장의 골칫거리였던 매물 가뭄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 규제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체감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세금과 대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문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이제 단순히 '오를까, 내릴까'를 넘어 '팔까, 말까, 살까, 빌까'의 복합적 딜레마에 빠진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