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비자 거부에 커진 파장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미국 비자 발급이 잇따라 거부되면서 한미 관계를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은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김병주, 임종득, 천하람 의원 등 4인 방미단을 이끌고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할 예정이었는데요. 주한미국대사관이 공무 수행용 관용비자 발급을 거부하면서 일정이 전면 불발됐습니다.
앞서 정청래 의원도 주미대사관 국정감사를 위해 비자를 신청했다가 발급이 지연되면서 감사 지역을 유럽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개별 사안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비자 절차를 철저히 집행한다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자와 안보 현안, 별개일까
청와대는 비자 문제와 한미 현안을 분리해서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비자는 사안별로 검토되는 사안이지, 대미 투자나 정보 협력 같은 현안과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진 위원장의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과 정 의원의 과거 대사관 농성 이력 등이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청와대도 한미 정보 협력에 제약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고위 관계자는 북한 관련 첩보 공유가 매끄럽지 않으면서 핵추진 잠수함 등 2차 안보 협상이 홀드 상태에 놓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미 투자 지연과 쿠팡, 구글, 애플 등 기업 관련 법 집행 문제까지 겹쳐 여러 현안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겁니다.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한미 관계를 난기류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여러 현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동맹 관리의 시험대
야당의 시각은 다릅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한미동맹에 경고등이 켜졌다며, 비자 거부와 한미안보협의회 연기 등을 근거로 안보 협력의 취약성을 지적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한미 갈등이 아니라 미국의 강화된 비자 정책 탓이라며 사안을 확대 해석하지 말자는 입장을 냈습니다. 전작권 전환을 두고는 미국이 조건에 기초한 조속한 전환에 동의한다는 점이 재확인됐습니다.
관건은 비자 문제가 다른 현안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안보 협상의 보류 국면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입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G20 회의를 계기로 미 측과 협의에 나선 만큼, 이후 논의 흐름이 한미 관계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