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나프타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정책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이 조치가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통제 범위가 확대될 경우 예상치 못한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얽혀 있는 만큼,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에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수출 통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료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 같은 주요 기업들이 중동산 나프타 수급 차질로 인해 이미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정기 보수를 앞당기는 등 생산 조정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순 이후 본격적인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 이런 위기 속에서 정부가 수출 통제를 선택한 것은 단기적으로 국내 물량을 확보해 산업 생산을 지키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김 실장은 이 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상황이 악화될수록 다른 석유화학 품목으로 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는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국제적 문제를 만들 수 있는 딜레마라는 겁니다.
확대 요구와 '소탐대실'의 함정
수출 통제를 확대하는 논리에 대해 김 실장은 경계심을 표명했습니다. 그는 나프타 보호에만 집중하다가 리튬, 에너지 같은 더 중요하고 미래 지향적인 흐름을 놓치는 것은 '소탐대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은 상호 연결되어 있어, 우리가 특정 품목의 수출을 막을 경우 파트너 국가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차질은 결국 우리가 수입에 의존하는 핵심 광물, 에너지, 식량 등 다른 필수 영역의 공급 불안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거죠. 더욱이 위기 시의 수출 통제는 장기적으로 정책적 기억으로 남아, 신뢰 관계를 훼손하고 상대국의 보복이나 대체 전략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김 실장은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현재를 비교하며, 팬데믹에는 백신이라는 명확한 출구 전략이 있었지만, 지정학적 갈등과 에너지 위기에는 그런 정해진 해법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법은 절제와 정교한 운영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김 실장이 제시한 키워드는 '절제'와 '정교한 운영'입니다. 모든 것을 단절하는 강경한 통제보다는, 무엇을 조절하고 무엇은 유지해야 할지 구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국내적으로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통해 수요 자체를 관리하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전략적 파트너 국가들과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해야 하죠. 위기 상황에서는 빠른 대응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결과를 가른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습니다. 현재의 선택이 다음 위기의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정책 운영에 있어 신중함과 균형 감각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