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
지난달 26일 오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시작되었습니다.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던 작업 중, 전동 드라이버 사용 과정에서 배터리팩 아래쪽에서 갑작스러운 불꽃이 튀었습니다. 이 불꽃은 최초 발화 지점으로 파악되었으며, 곧이어 작업자들이 대피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CCTV 영상 분석 결과, 최초 발화 후 약 1분 30초가 지난 오후 8시 18분경, 배터리 선반에서 더 큰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이 폭발은 마치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순식간에 전산실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첫 발화로부터 불과 3분여가 지난 오후 8시 20분경에는 짙은 연기로 인해 CCTV 영상도 거의 식별이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화재는 다음 날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완전히 진압되었지만, 이 사고로 전산실 내 배터리팩 384개가 전소되었고, 배터리와 인접해 있던 전산 장비 740대 역시 심각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번 화재로 인해 709개에 달하는 정부 전산 시스템이 마비되는 국가적 비상사태가 초래되었습니다. 사고 당시 작업자 1명은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는 부상도 있었습니다.
초기 대응의 어려움과 시스템 마비
화재 발생 당시,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은 진화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짙은 연기로 인해 정확한 화점을 찾는 것이 매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배터리 특유의 연쇄 폭발 성격으로 인해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배터리 폭주가 시작되면 일반 소화기로는 진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욱이, 화재 대응에 필수적인 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화재 발생 19일째인 14일, 중단된 709개 시스템 중 복구된 것은 306개로, 복구율은 43.2%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화재 당시 소방대원들은 건물 도면과 배터리 정보 등 핵심 자료를 즉시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서버 장애로 인해 전산실 내부 정보 파악에 차질이 있었고, 국가 전산망 운영에 필수적인 '소방예방정보' 시스템 역시 화재로 인해 먹통이 되어 초기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간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효과적인 진압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정보 시스템의 부재가 대응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습니다.
국회 질타와 제도 개선 요구
국회에서도 이번 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사태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으며, 화재의 원인이 된 배터리팩 업체 선정 과정의 적절성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의 인정 발언도 나왔습니다.
또한, 감리 일지에 사전 안전 조치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충전량 확인, 랙별 전원 차단 등 기본적인 안전 점검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요구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안 시설과 리튬 배터리에 대한 철저한 자료 조사 및 대비책 마련, 그리고 소방예방정보시스템의 이중화 등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국정자원 전산실은 시스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국가 전산망의 안정성과 주요 시설의 안전 관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강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유사한 재난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관련 시스템과 절차를 재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