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엿새 만에 시작된 현장 조사
지난 9월 21일 경기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두 차례 일어났습니다. 육군 25사단 장병 18명이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이었는데요. 첫 폭발로 선두 중사가 중상을 입었고, 현장 조치를 위해 이동하던 대대장 일행이 이차 폭발에 휘말리면서 모두 3명이 다쳤습니다.
방탄조끼와 지뢰덧신 등 보호장구를 착용했지만 피해를 막지 못했습니다. 사고 엿새 뒤인 27일,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는 40여 명을 투입해 합동 현장조사에 나섰는데요. 폭발 추정 지점 근처까지 접근했으나 안전 문제로 실제 원점에는 도달하지 못한 채 파편과 잔해를 수거하지 못하고 조사를 중단했습니다.
181개만 남은 말뚝, 세 개의 분계선
이번 사고의 배경에는 군사분계선(MDL) 관리 실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세운 표지판은 1,292개였지만, 1973년 북한군의 사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뒤 교체 작업이 전면 금지되면서 현재는 181개만 남았습니다. 말뚝 사이를 잇는 분계선 자체가 사실상 끊어진 셈입니다.
좌표 체계도 제각각입니다. 한국군과 유엔사, 북한군이 서로 다른 기준을 쓰면서 경계 설정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2024년 10월부터 MDL을 '남부국경선'으로 규정하고 3중 철책과 지뢰지대를 설치하는 등 요새화를 진행 중입니다. 정전협정을 무시한 국경선화가 이어지면서 우발적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진상 규명과 정치 공방
핵심 쟁점은 폭발 원인입니다. 장병들은 폭발 직후 북한 목함지뢰를 목격했다고 증언했지만, 군은 목격담을 100% 신뢰할 수 없다며 파편과 화약흔 분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부상자 수술 과정에서 나온 파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전달됐고, 1차 감정 결과가 곧 나올 예정입니다.
정치권의 공방도 뜨겁습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북한 소행을 은폐하려고 조사를 고의로 지연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탄핵까지 거론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을 접견해 사고 경위를 추궁했고요. 반대로 민주당은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음모론이라며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맞섰습니다.
양측은 국회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과 현안 질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군이 무엇을 언제 알고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나와야 논란도 가라앉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