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 반영된 진정 신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비적대적 선박'에 한해 안전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자 국제 유가가 2% 이상 하락했습니다. 3월 25일 이란 외무부가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들에 보낸 서한과, 주한 이란대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과 이스라엘과 관련되지 않은 선박은 이란 당국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조치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극심한 군사적 긴장을 배경으로 나온 것으로, 시장은 중동 위기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응한 셈이죠. 실제로 타이와 중국 국적의 선박 두 척이 이미 이란 측과의 협조를 거쳐 무사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당연히 걸프 해역에 발이 묶인 약 3,200척의 선박을 둔 글로벌 물류 업계와 석유 수입국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유가 하락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원가 부담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이 일시적인 진정 조치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란은 과거에도 유사한 태도를 보였다가 상황이 반전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죠.
군사 협의와 외교적 행보의 이중주
이란의 발표와는 별개로, 국제사회의 대응은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영국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기뢰 제거를 위해 30개국 규모의 다국적 연합체 구성을 주도하며 군사적 준비 태세에 나섰습니다. 리처드 나이턴 영국 국방참모총장이 의장을 맡아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 군 수뇌부와 협의를 진행 중인데요. 이는 미국이 동맹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과거와 달리, 동맹국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안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읽힙니다. 프랑스 역시 망동 합참의장 주도로 기술적 회의를 예고하며 방어적 태세 안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외교적 안전판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확인했고,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국회 면담에서 이란에 체류 중인 한국인 40여 명의 안전 대피를 최우선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쿠제치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주장한 종전 조건 합의설을 "페이크 뉴스"라고 일축하며, 정보 전쟁 차원의 혼란도 동시에 존재함을 보여주었죠.
여전히 남은 불확실성의 그림자
표면적인 진정 신호와 군사·외교적 움직임 뒤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적대적 선박'의 모호한 기준입니다. 이란은 미국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의 선박을 어떻게 대할지 명확히 하지 않았고, 일부 보도에 따르면 안전 통과를 보장받은 선박들이 이란 측에 고액의 '통행료'를 지불한 정황도 있습니다.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은 통제와 수익화 의도를 암시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란의 조건부 통과 허용 발표는 봉쇄 상태의 완전한 해제가 아닌, 선별적 통제로 전략을 전환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국제사회로 하여금 이란과의 개별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미국 주도의 동맹 공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의 안정성은 여전히 이란의 정치적 판단과 국제사회의 집단적 대응력이 맞부딪치는 교차로 위에 놓여 있습니다.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되기까지는 외교적 기민함과 현실적인 위험 관리가 동시에 요구되는 긴 장정이 남아있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