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중국 AI 쇼크
지난해 딥시크에 이어 문샷AI의 키미 K3가 글로벌 AI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2조 8,000억 개가 넘는 매개변수를 가진 초대형 오픈웨이트 모델인 키미 K3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을 제외한 대부분 경쟁 모델을 앞섰는데요. 출시 후 문샷AI의 일일 매출은 여섯 배 이상 급증했고, 연산 과부하로 신규 가입까지 일시 중단되었습니다.
이번 쇼크는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AI 인프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키미 K3는 연산 효율은 높였지만 2조 8,000억 개의 파라미터 전체를 메모리에 탑재해야 해 약 1.4TB의 용량이 필수적입니다. 과거 딥시크와 달리 메모리 중심 인프라 투자를 더욱 촉발하는 셈인데요. 월가는 제번스의 역설을 언급하며 저가 AI 확산이 추론 수요를 증가시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규제 전쟁
키미 K3의 등장에 미국은 보안 위협을 이유로 중국산 AI 모델 사용 제한을 본격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오픈웨이트 방식의 확산을 두고 심각한 보안 우려를 표명했는데요. 오픈AI 측은 이것이 완전한 AI 공산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앤트로픽 CEO 역시 고성능 AI를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세상이 사회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자국 AI 모델의 해외 반출을 통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상무부를 중심으로 모델 가중치와 학습 데이터 이전을 제한하고, 전략적 기업의 해외 인수를 금지하는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미국이 접근을 막으려 하고 중국은 기술을 지키려 하면서 글로벌 AI 시장은 국가별 진영으로 분절되는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제 성능과 가격뿐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과 규제 리스크를 핵심 변수로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이 찾아야 할 제3의 길
미국과 중국이 AI 패권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은 독자적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독파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모델 설계와 학습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해 비용을 낮추는 것이 목표인데요.
다만 미국과 중국에 비해 자본과 인프라 규모가 열세인 건 분명합니다. 그래서 한국은 제조와 금융 등 강점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 전략을 통해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도메인 데이터와 한국어 지식을 결합한 특화 모델을 육성하고, 이를 오픈소스로 공급해 국내 스타트업과 연구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입니다. 기업용 AI나 스마트폰 및 자동차 탑재 AI 시장에서 독자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키미 K3가 보여준 것은 중국의 AI 추격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술 격차보다 규제와 진영 논리가 더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고, 한국에게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실용적 전략이 절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