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공급망 '숨은 이익' 의혹, 건보 재정 위협하나
국내 대형병원, 특히 사립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기 및 의약품 공급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납품업체를 통한 과도한 이익 취득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공정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수십 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불법적·편법적 거래 관행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수관계인' 납품업체, 병원 공급망 장악
현행 의료기기 및 의약품 유통 구조에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대부분 의약품의 90% 이상을 특정 도매상을 통해 공급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러한 독점적 공급 현상은 사립 병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국공립 병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들 특정 도매상 중 상당수가 병원장이나 그 가족, 측근 등 '특수관계인'에 의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병원 측이 원하는 특정 업체와 독점적인 거래를 성사시키고, 이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편취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60%에 달하는 '폭리'…이익률 수치로 본 실태
실제로 적발되거나 의혹이 제기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일부 특수관계 납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충격적인 수준입니다.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3~5% 수준인 반면, 특정 병원장 가족이 운영하는 납품업체는 60%에 달하는 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병원장 A씨 사례에서는 23%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는데, 이는 일반 간납업체의 1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러한 높은 이익률은 특정 업체에 대한 공급 쏠림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8곳은 특정 도매상의 공급 비율이 90%를 넘었고, 일부 병원에서는 이 비율이 97%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13개 도매상으로부터 총 781억 원의 의료기기를 공급받았으나, 단 한 곳의 도매상이 97.92%를 독점 공급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더 심각하여, 한 병원의 경우 13개 도매상 중 한 곳이 99.92%를 독점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건보 재정 악화와 법적 허점, '리베이트' 우려
이처럼 과도한 이익이 특정 개인이나 업체에게 귀속되면서, 이는 결국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비싼 가격에 공급된 의료기기나 의약품 비용이 건강보험 수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독점적 공급 구조가 불공정한 경쟁을 야기하고,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불법 리베이트) 수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입니다.
현행 법규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의약품의 경우 친족 또는 지분 관계에 대한 제한이 있으나, 의료기기법에는 이러한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조항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이로 인해 병원장이 사실상 지배하는 간납업체가 병원에 의료기기를 독점 공급하며 네트워크 병원 개설 및 운영 금지 조항 등 의료법을 위반하는 편법적인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철퇴' 예고…수사와 법 개정 촉구
김남희, 김선민 의원 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러한 심각한 문제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 수사를 통해 불법적인 이익 취득 행위를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현행 약사법 및 의료기기법의 허점을 보완하여, 특수관계인에 의한 의료 물품 공급 독점을 방지하고 리베이트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공정한 의료 시장 환경 조성과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