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실적에 숨죉이던 반도체 시장, 숨통 틔우다
23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 이상 급등하며 코스피 지수가 장중 한때 7000선을 넘어섰습니다. 이번 상승의 직접적인 계기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2분기 호실적이었는데요. 알파벳이 AI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히자, 그동안 AI 투자 효율성을 의심하던 시장의 불안 심리가 한결 누그러졌습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크게 유입되었습니다. 최근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인데요. 모건스탠리 역시 매수 의견으로 입장을 전환하며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이례적으로 강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최근 3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 원 넘는 자금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구글 메모리 공급 1위 삼성전자, AI 수혜의 중심에 서다
이번 랠리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구글 AI 생태계 내에서 핵심 부품 공급자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구글향 서버 메모리의 50%, 고대역폭메모리(HBM)의 80%를 공급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올해 약 303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집행할 예정인 만큼, 삼성전자의 수주 물량은 당분간 줄어들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실적 개선세도 뚜렷합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메모리 부문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보다 3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5% 증가한 110조 원에 달하며, 3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됩니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약 8.7배인 381조 원에 이를 전망인데, 이는 빅테크와의 장기공급계약 확대로 AI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이 70%까지 늘어난 덕분입니다.
향후 로드맵도 밝습니다. 삼성전자는 2027년 HBM4 양산 확대와 2028년 상반기 HBM4E 생산을 앞두고 있어, 범용 D램의 구조적 공급 부족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303조 원 투자의 이면,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전환
그러나 모든 것이 밝은 것만은 아닙니다. 알파벳의 2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 59억 달러로 돌아선 점이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막대한 자본지출이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일시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알파벳의 연간 자본지출 전망은 기존 1,800억1,900억 달러에서 1,950억2,050억 달러로 상향 조정되며 투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빅테크 기업들은 AI 시장 선점을 위해 과소 투자가 과잉 투자보다 더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향후 3년간의 투자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투자 비용 부담이 누적될 경우 일부 기업의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시장은 남은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 AI 산업의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더욱 면밀히 검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펀더멘탈이 튼튼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모든 흐름의 마지막 축은 결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의지에 달려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