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에서 남긴 선물
구진희 씨(55)가 25년에 걸친 투병 끝에 뇌사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산 고신대복음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간과 양쪽 신장을 기증했고, 이식 대기 중이던 환자 3명이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기증 의사가 생전 가족과 나눈 대화 속에서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한 사람의 마지막 선택이 세 가정의 시간을 다시 돌려준 셈입니다.
25년 투병, 오히려 남을 챙긴 삶
구 씨는 1994년 남편 김기선 씨와 결혼해 두 딸 지수와 지원을 키웠습니다. 2001년 임신 중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진단을 받은 뒤로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는데요. 그럼에도 부산으로 옮겨온 뒤에는 직원들의 어린 자녀를 돌보고, 새로 입사한 직원이 회사 생활에 적응하도록 돕는 일을 이어갔습니다. 캄보디아와 몽골 등 해외 봉사에도 나섰고, 항공사 기장인 남편과 1년에 서너 번씩 해외여행을 다녔습니다.
베트남 여행 중 쓰러지기 전, 작은딸 지원 씨에게 남긴 말은 이랬습니다. "엄마가 힘들어도 이거 보여주려고 같이 왔다." 몸이 아픈 사람이 오히려 주변을 먼저 살피던 태도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 겁니다.
가족 안에서 이어진 기증의 뜻
기증 결정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2021년 시어머니가 시신을 기증한 사례가 가족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남편 김기선 씨는 평소 딸들에게 마지막 순간의 장기기증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전해왔습니다. 두 딸도 어머니의 뜻을 존중해 이별을 받아들였습니다.
같은 시기 신앙인들의 기증도 이어졌습니다. 예배 중 쓰러진 김겸 목사(38)는 심장과 폐, 간, 신장, 안구를 기증해 7명을 살렸고, 이원희 장로(66)와 김용분 사모(76)는 각각 2명을, 이화영 목사(73)는 3명을, 조영삼 목사(62)는 4명을 구했습니다. 이들 6명의 기증으로 모두 21명이 새 삶을 얻었습니다. 큰딸 지수 씨는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리며 살겠다고 했고, 지원 씨는 "엄마가 내 엄마라서 행복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