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선이 흔들린 이유
2026년 9월 10일, 코스피가 장중 한때 7,000선 아래로 밀려났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1.6% 넘게 밀린 6,936선까지 내려간 건데요. 이날 시장을 짓누른 가장 큰 힘은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격화와 이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입니다. 브렌트유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도 96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 우려를 키우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를 4.83%까지 끌어올렸고, 이것이 뉴욕증시의 3거래일 연속 약세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이런 대외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주는 다른 흐름을 보였습니다. 메타가 인공지능 에이전트 뮤즈를 공개하며 주가가 6% 넘게 급등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일 연속 상승하며 힘을 냈습니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 초반 상승 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지수를 끌어내리는 모습이었죠.
네 마녀의 날, 외인·기관 동시 매도
이날은 선물과 옵션이 동시에 만기되는 소위 네 마녀의 날이었습니다. 현물과 선물 수급이 뒤엉키면서 장중 변동성이 극에 달했는데, 가장 눈에 띈 건 외국인과 기관의 동시 매도 전환입니다. 외국인은 4,960억 원, 기관은 9,627억 원을 각각 순매도하며 시장에 하락 압력을 가했습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8,581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받치려 했지만, 기관성 매도를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업종별로는 명확한 대비가 나타났습니다. 금리 상승 수혜를 기대한 은행과 보험주는 강세를 보였고,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소식에 로보틱스주도 움직였습니다. 또한 중동 충돌 장기화에 따른 운임 상승 기대감으로 해운주가 오르는 등, 악재 속에서도 기회를 노린 자금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코스닥 시장은 바이오와 이차전지 대형주의 약세 속에서도 일부 소부장과 로봇 관련주들이 선방했습니다.
순환매의 바통은 어디로
최근 시장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상승세가 다른 업종으로 옮겨가는 순환매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AI 투자 확대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원전과 전력 인프라 관련주들이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단순히 지수를 쫓기보다 실제 수급이 이동하는 장비 및 소부장, 그리고 전력 인프라 종목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향후 시장의 방향성을 가를 이벤트도 산적해 있습니다. 오늘 밤에는 오라클 실적 발표와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가 나오고, 유럽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유가와 금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는 7,000선 안착을 위한 또 다른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