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년 만에 바뀌는 결제 문법
월요일에 주식을 팔면 돈은 수요일에 들어옵니다. 1972년 T+2 제도가 자리 잡은 뒤 50여 년 동안 지켜진 규칙인데요. 오는 2028년부터는 이틀에서 하루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가 2일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로드맵'을 공동 발표했습니다.
출발점은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이었습니다.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매도대금이 이틀 뒤에 들어오는 이유를 물었고, 6월에는 시기를 앞당기라고 주문했죠. 다만 실제 목표 시점은 당초 거론되던 2027년 10월이 아니라 2028년으로 오히려 미뤄졌습니다.
하루 앞당기는 데 2년이 걸리는 이유
가장 큰 걸림돌은 외국인 투자자입니다. 뉴욕과 13시간 시차가 나는 탓에 거래 확인과 원화 환전을 하루 안에 끝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해외 금융회사와 투자자 32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84.4%가 2028년 하반기 이후 시행을 희망했고, 준비가 부족하면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이겠다는 응답도 33.3%에 달했습니다.
국내 사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증권사와 은행, 자산운용사 등 618곳이 전산을 고쳐야 하는데요. 결제 실패율이 사실상 0%에 가까운 만큼, 서두르다 사고가 나면 감당할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미국은 2년 5개월, 영국은 2.7년, 홍콩은 3년 이상을 준비했고 홍콩은 시행을 2028년 하반기로 미뤘습니다. 한국은 인프라 개편에 2027년 10월까지, 금융사 시스템 정비에 2028년 1분기까지, 이후 최소 6개월의 통합 테스트를 거치는 일정을 잡았습니다.
개인투자자를 위한 우회로
제도 시행 전에도 자금 회수는 조금 빨라집니다. 증권금융이 증권사에 자금을 공급해 매도대금 담보대출 금리를 연 7.5~10%에서 5% 중후반으로 낮추는 겁니다. 미래에셋증권이 2일 우선 출시하고 키움증권은 20일부터 선보이며, 12개 증권사로 확대되면 투자자 이자 부담이 연간 15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됩니다.
반대로 신경 쓸 부분도 있습니다. 미수거래 대금 납부일이 T+2에서 T+1로, 반대매매 시점은 T+3에서 T+2로 하루씩 앞당겨집니다. 배당이나 증자 권리를 받기 위한 마지막 매수일도 기준일 직전 거래일로 바뀌죠. 빚을 활용한 단기 매매일수록 대응할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