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송치 사흘 뒤, 피해자는 떠났습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주점에서 10대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40대 사장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한 사건이 뒤늦게 반전됐습니다. 경찰은 지난 2월 A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피해자는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의신청서를 남긴 채 사흘 뒤 숨졌습니다.
당시 경찰은 피고인 측이 제출한 CCTV 영상과 관련자 진술만을 토대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CCTV 원본 저장장치와 휴대전화 등 핵심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이후 수사 과정의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원본 영상이 바꾼 그림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방공소청 안산지청은 보완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검찰청 폐지와 함께 출범한 공소청은 기존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해 기소할 수 있는 기관인데요.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에 한해 90일간 예외 수사가 허용됩니다.
보완수사에서는 CCTV 저장장치의 디지털 포렌식과 피고인·피해자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A씨가 범행 직전 피해자를 뒤에서 부축해 CCTV 사각지대로 데려가는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피해자가 술과 복용 중이던 약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였다는 점도 의료 자문과 혈액·소변 감정을 통해 입증됐습니다.
휴대전화에서는 피해자가 범행 직후 지인들에게 울면서 호소한 녹음 파일도 확보됐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이성적 호감이 없었다는 대화 내용도 함께 확인됐습니다.
남은 과제
공소청은 이 증거들을 종합해 A씨를 준강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한 혐의입니다. 안산지청은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를 유지하고, 성폭력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은 1차 수사에서 놓친 증거를 보완수사로 되살린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피해자가 생전에 제기한 이의신청이 없었다면 사건 자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가능성도 컸습니다. 성폭력 사건 초기 수사에서 증거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