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멈추고 외곽은 뛴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시장이 이례적인 양극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강남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은 거래가 급감하며 숨죽인 반면,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외곽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역별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강남구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전월 대비 20% 이상 줄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시세보다 낮은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 문의가 끊기는 등 관망세가 짙게 깔렸는데요. 서초구와 강남구의 아파트값 상승폭은 각각 0.05%, 0.07%에 그쳐 거의 정체 상태를 보였습니다.
반면 서울 외곽은 다른 풍경입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이 6.29%인 가운데, 성북구는 10.31%를 기록하며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구로구, 강서구, 서대문구, 중랑구, 노원구 등 상승률 상위 10개 지역 모두 비강남권에 집중되며 이른바 '키맞추기' 장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구로구 신도림동의 전용 84㎡ 아파트는 14억 9,500만 원에 손이 바뀌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고, 전용 59㎡ 아파트는 1년 만에 3억 3,000만 원이 뛰었습니다.
외곽이 뜨거운 이유
이런 극명한 차이는 이번 세제 개편의 방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정부안이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세 부담 강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외곽의 중저가 주택은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중저가 주택이 대출 문턱이 낮고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적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구매가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외곽 지역은 강남에 비해 가격 접근성이 월등히 좋고, 매물마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중랑구의 매물 감소율이 가장 컸고,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외곽 지역 8곳이 매물 감소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수요가 몰리는 가운데 경기 일부 지역도 강세를 보이며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광명시와 용인 기흥구, 수원 영통구 등은 각각 0.45%~0.9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전세시장 역시 서울 성북구와 금천구, 경기 광명·용인 등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변수는 금리와 세제 수위
물론 외곽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외곽 지역은 대출을 활용한 매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향후 금리 추이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양도 차익과 보유세 부담이 큰 고가 아파트 시장이 세제 개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중저가 시장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다만 세제 개편의 구체적인 수위가 발표되면 고가 및 비거주 주택의 매물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시장의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수도권 매수 심리가 관망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향후 금융 환경과 세제 개편안의 내용이 서울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편차를 가를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