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책의 죽음, 그리고 협박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 지역에서 30대 한국인 여성 박모 씨가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녀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보이스피싱 조직의 '모집책'으로 활동했던 인물입니다. 박 씨는 지난 8월 고수익을 미끼로 다른 한국인 여성들을 캄보디아로 유인했고, 이들은 시아누크빌의 범죄단지 '웬치'에 감금되어 유흥업소에서 강제로 일해야 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박 씨 사망 이후 조직원들이 피해자들에게 "다음은 네 차례"라는 살해 협박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박 씨의 죽음은 단순한 사건이 아닌,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위험성을 드러내는 신호탄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은 박 씨가 사망 당시 함께 있던 한국인 남성 2명과의 관계를 집중 조사 중이며, 마약 투약 가능성도 함께 살피고 있습니다.
국제 공조의 한계
한국 정부의 캄보디아에 대한 수사 공조 요청은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30개월간 34건의 공조 요청 중 캄보디아 측의 회신은 고작 8건에 그쳤습니다. 회신률이 23.5%에 불과한 상황에서 현지 범죄 조직을 효과적으로 타격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마약 유통 등으로 다각화된 한국인 범죄 조직을 상대하려면 더 실질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경찰청은 이에 대응해 인터폴 담당 인력을 2배 이상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수사권이 없는 한국 경찰관들의 활동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현재 캄보디아에 파견된 한국 경찰은 3명에 불과하고, 이번에 2명을 더 보내 총 5명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경찰 내부의 엇갈린 반응
캄보디아 파견 경찰관 모집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상반된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34년차 베테랑 형사 이진학 과장은 "마지막 열정을 자국민 보호에 바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토익 790점 이상의 높은 어학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조차 못했습니다. 반면 젊은 경찰들은 블라인드 등 익명 커뮤니티에서 "파격적인 혜택 없이 누가 지원하겠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사권 없는 환경에서 현지 경찰과의 협조 업무는 쉽지 않습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과 어학에 능통한 젊은 인력 모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실적인 조건이 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경찰은 시아누크빌에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해 집중 대응할 계획입니다.
피해자들의 고통과 불안
박 씨에 의해 유인된 피해자들은 13일간의 감금 생활 끝에 탈출했지만, 캄보디아 경찰서에 한 달 반 동안 구금되는 이중고를 겪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귀국 후에도 계속되는 협박입니다. 모집책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조직원들의 협박은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한 피해자는 "박 씨가 마약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들의 사례는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위협적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사례에서는 A씨와 B씨가 전기 충격기와 쇠 파이프로 고문을 당하는 등 인권 유린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앞으로의 과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문제는 단순한 수사력 증강만으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양국 간의 실질적인 공조 체계 구축이 시급합니다. 특히 범죄자 신병 인도와 자금 흐름 추적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필요합니다. 경찰의 파견 인력 증원이 일단의 대응책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한편, 박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부검 결과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장기 이상이 발견되어 약물 검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의 한국인 범죄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결정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