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팔리는 애플의 AI 선언
WWDC 2026에서 애플이 차세대 AI 전략을 공개했는데요. 행사 전 52주 신고가까지 찍었던 주가가 오히려 폭락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317.40달러까지 오르던 주가는 발표 이후 290.55달러까지 하락하며 단기적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습니다.
이번 주가 하락은 단순한 기술 평가를 넘어 시장 심리의 복잡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기대해 온 AI 전략의 구체적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을 매도 기회로 삼았고, 이른바 '뉴스에 파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수익 실현을 넘어 애플이 제시한 비전에 대한 깊은 의구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혁신이라는 기준은 어디에
시장 분석가들은 애플이 제시한 개인 맞춤형 AI 비전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베어드의 윌리엄 파워 애널리스트는 시리AI의 정식 출시 시기가 불분명하다며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분석했습니다. 베타 버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확산된 점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고요.
하드웨어 지원 범위의 제한은 더 큰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약 8억 5천만 대의 아이폰이 기본 AI 기능조차 실행하지 못하고, 13억 대 이상의 기기에서 고급 시리 기능을 쓸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급 기능은 12GB 메모리를 요구해 최신 플래그십 모델에서만 지원되는데, 이는 기존 사용자들의 교체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낳고 있습니다.
키뱅크 캐피털마켓은 개선된 시리가 다른 대규모언어모델 기반 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UBS 역시 새로운 AI 기능이 하드웨어 수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전망치를 기존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4억5000만대의 생태계와 남은 과제
반면 애플의 AI 전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4억 5천만 대 이상의 애플 인텔리전스 지원 기기를 보급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수억 대의 기기를 AI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인프라는 다른 어떤 기업에도 없는 압도적인 강점입니다.
새 시리는 단순 음성 비서를 넘어 화면과 맥락을 이해하는 에이전틱 AI로 진화했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비전 프로 간 실시간 동기화를 지원하며,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점도 차별화 요소로 꼽힙니다.
골드만삭스는 AI와 하드웨어의 통합이 제품 교체 수요를 자극하고, 아이클라우드 플러스 구독 모델로 새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JP모건은 중국과 유럽의 규제 문제로 출시가 지연될 수 있고, 초기에는 영어 서비스에 한정될 수 있다는 변수를 지적했습니다.
이번 WWDC는 9월 퇴임을 앞둔 팀 쿡 CEO의 마지막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일군 하드웨어 제국 위에 AI라는 새로운 두뇌를 이식하며 남길 유산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향후 글로벌 출시 일정과 실제 사용자 경험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