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는 이미 다 내셨습니다"
지난 11월 1일 경기 안양시의 한 마을버스에서 있었던 일이 뒤늦게 알려지며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정복 차림의 한 어르신이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댔지만 '미승인 카드'라는 안내가 반복됐고, 지갑을 뒤지며 당황하던 순간 버스 기사 A씨가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A씨는 어르신의 가슴에 달린 여러 개의 약장을 알아봤습니다. 훈장을 대신해 착용하는 무공훈장 약장이었죠. 그는 "괜찮아요, 그냥 타세요"라고 말한 뒤 자신의 카드로 요금을 대신 결제했습니다. "이 할아버지가 없었으면 나라도 없고 직장도 없었겠죠"라는 한마디가 이 사연의 무게를 대신합니다. A씨는 "버스비는 이미 다 내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마을버스에만 적용되지 않는 무임승차
이 사연이 더 주목받는 까닭은 제도의 빈틈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제도에서 애국지사와 상이 국가유공자 등 일부 보훈대상자는 일반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마을버스가 전국 공통 무임승차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마을버스는 운영 주체와 지원 방식을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같은 보훈대상자라도 조례와 예산에 따라 무료로 탈 수 있는 곳이 있고, 요금을 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보훈의 의미는 같은데 사는 동네에 따라 부담이 갈리는 셈입니다.
남은 과제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체로 따뜻했습니다. "멋진 기사님이다", "유공자 어르신들이 더 편히 지내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이어졌고, 어르신의 복장이 무공수훈자단체 정복으로 보인다며 감사를 전한 이도 있었습니다.
기사의 선의가 화제가 된 만큼 마을버스 무임승차를 두고 갈리는 지자체별 지원 기준을 손볼 때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만 형평성 논의와 재정 부담이 맞물려 있어 당장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제도가 사각지대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