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조 증발’이라는 숫자
최근 국민연금이 240조원을 잃었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습니다. 증시 급락 이후 청년 세대의 연금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까지 겹치면서 논란이 커진 겁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아직 공식 손실 집계나 재정추계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큰 숫자가 불신을 키우는 구조인 셈입니다.
국민연금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7월 한 달 적립금 감소액은 약 181조원입니다. 다만 누적 운용수익률은 14.84%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7월 자산평가액이 줄었어도 연초 이후 수익이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금 소진과 연금 지급 중단을 같은 사안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도 이어집니다.
주식 평가액과 정치권 공방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 평가액도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6월 30일과 10월 15일을 비교하면 182조원 이상 감소했고, 287개 공시 종목 가운데 176개가 하락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감소액은 각각 56조8,710억원과 74조2,261억원으로 전체의 71.8%를 차지했습니다. 반대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LG에너지솔루션 등 에너지·배터리 종목은 평가액이 늘었습니다.
정치권의 공방도 거세졌습니다. 국민의힘은 리밸런싱 유예와 국내주식 목표비중 확대 결정 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회의록이 4년간 비공개로 결정된 점도 문제로 삼았습니다. 국민연금 측은 1월과 5월 결정에 전문가 이견이 없었고, 정부의 주문이 그대로 통과된 사례도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남은 쟁점
핵심은 손실 규모만으로 기금 고갈 시점을 단정할 수 있느냐입니다. 고갈 시점은 보험료 수입과 연금 지급액, 인구구조, 경제 여건, 투자수익률 등을 함께 놓고 따져야 합니다. 2055년 추계 역시 연금개혁 전 가정에 기반한 만큼 현재의 주가 하락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숫자의 정확성과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입니다. 리밸런싱과 목표비중 상향이 장기 수익성에 부합했는지 설명하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에는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