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최저치, 1,320원대 진입
원·달러 환율이 사흘 연속 연저점을 갈아치우며 1,320원대에 진입했습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330.30원에 출발해 장중 1,325.40원까지 밀리며 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는데요. 오전 11시 5분 기준으로는 1,328.70원을 나타내며 전 거래일 종가보다 1.60원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하락을 이끈 건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입니다. 반도체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 통화선물은 한때 4만3천 계약을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와 환율 하락 기대감이 맞물리며 하방 압력이 한층 강해진 셈입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연저점에 대한 경계감으로 1,325~1,335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환율 하락이 부른 자금 이동
환율이 내리자 시중 자금도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5대 은행의 개인 달러예금 잔액은 142억3천만 달러로 4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고, 전체 달러예금도 3월 말보다 34% 늘었습니다. 엔화예금 역시 1조1,462억7천만 엔까지 불어났는데, 원·엔 환율이 839.9원까지 떨어지며 엔화 가치가 낮아진 점이 영향을 줬습니다.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도 자금 흐름을 바꿔놓았습니다.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조4,818억 원 늘었고,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4조4,546억 원으로 2022년 8월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실물 금 수요도 살아나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1~15일 430억3천만 원으로 전월 대비 1.5배 수준입니다. 다만 골드뱅킹 잔액은 358억 원 줄어 투자 심리가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1,330원선 지켜질까
관건은 1,330원선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입니다. 문정희 KB 수석전문위원은 1,330원이 유의미한 수준이라며, 7월 이후 역외 차액결제선물환 시장에서 달러 매물이 늘고 반도체 수출 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점을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전망은 엇갈립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4,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며 1,200원대 후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반대로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환 딜러들의 콜 포지션이 많아 연말 반등 여지가 크다며 1,400원 안팎 상승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원화 강세 발언이 이어지면서 매도 베팅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진 점도 변수입니다. 외환당국이나 국민연금이 달러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당분간 좁은 범위에서 등락이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