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의 역사적 전환점
한미 간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본격적인 항해에 나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원자력잠수함 건조 승인으로 시작된 이 협력은 다음 달 한미 국방장관 회담(SCM)에서 구체적인 규제 해소 방안이 논의될 예정인데요. 이번 협력은 단순한 상선 건조를 넘어 군함 공동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까지 포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핵심은 선수금 환급보증 구조
마스가 프로젝트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한국 기업들의 현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금융 구조입니다. 특히 선수금 환급보증(RG)이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는 조선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들이 함께 발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달러 수요를 최소화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의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1500억 달러 규모 펀드 중 상당 부분이 RG 형태로 조성될 예정이며,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보증으로 채워질 수 있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남, 조선협력의 중심지로 부상
국내 조선업 및 기자재 관련 기업의 39%가 집중된 경남도는 이번 협력을 지역 경제 부흥의 결정적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경남이 세계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남도는 이미 '한미 조선산업 협력 지원 법률' 제정을 건의하며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는데요.
특히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존스법에 따라 미국 연안 항해 선박은 미국산 선박으로 제한되는데, 필리조선소는 이 법을 준수하는 한국 기업 소유의 유일한 현지 조선소이기 때문입니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에서 생산된 선박이 성조기를 달고 출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의 함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협력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핵잠수함 건조에는 척당 수조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소 4척 이상 건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 군함 건조 라이센스까지 획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핵잠수함 운용을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요하며, 중국과 북한 등을 고려한 외교적 조율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HD현대는 이미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테라파워로부터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의 도전과 기회
거제시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효과를 지역 경제에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내국인 채용 확대를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인구 2만 명, 조선업 종사자 3만 명이 감소한 반면, 외국인 노동자는 1만여 명 증가했는데요. 지역 소상공인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소비가 제한적이고 단체생활 위주로 이루어져 부동산 경기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은 내국인 채용과 지역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며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습니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내국인 인력 고용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과제
다음 달 열리는 SCM에서는 마스가를 위한 규제 해소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미국은 자국 상선 및 군함 건조 시 자국 기업만을 허용하는 규정을 해소하거나 우회할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방위사업청은 미국과의 실무협의를 통해 상호국방조달협정(RDP-A) 체결의 필요성을 제안한 상태입니다.
RDP-A가 체결되면 한국산 함정이 동맹국 생산품으로 인정받아 국내 기업의 미국 조달 사업 참여가 가능해집니다. 선박 일부를 한국에서 생산 후 미국으로 보내 조립하거나, 미국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기자재를 한국에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한미 조선협력은 단순한 상업적 협력을 넘어 동맹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복합적인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