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과 똑같은 날 다시 찾아온 위협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445억 원 규모의 해킹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1월 27일 새벽 4시 42분, 솔라나 블록체인 계열의 가상자산이 외부 지갑으로 비정상적으로 유출되었는데요. 이날은 2019년 580억 원 규모의 대형 해킹 사고가 발생했던 바로 그 날과 같습니다. 6년이 지났는데도 동일한 날짜, 유사한 수법으로 반복된 해킹은 업비트의 보안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당국과 보안 전문가들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 '라자루스'의 소행 가능성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2019년 사건 당시에도 라자루스가 범인으로 지목되었고, 이번에도 핫월렛을 통한 침투 방식, 자금 세탁 수법 등에서 유사성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외화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자산 해킹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보안의 사각지대, 핫월렛의 취약성
이번 해킹의 구체적인 경로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업비트는 전체 자산의 98%를 오프라인 보관인 콜드월렛에 두고 있었지만, 나머지 2%에 해당하는 핫월렛에서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고객 편의를 위해 실시간 출금을 가능하게 한 핫월렛이 오히려 보안의 가장 취약한 지점으로 작용한 셈입니다.
해외 주요 거래소들도 대부분의 자산을 콜드월렛에 보관하면서 핫월렛은 최소한으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업비트 역시 98.3%의 높은 콜드월렛 비율을 자랑했지만, 핫월렛이라는 작은 구멍으로 인해 전체 보안 체계가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핫월렛을 다수 서버에 분산 운영할수록 누적 취약점이 증가한다"며 "분산 운영이 위험 분산이 아닌 취약성 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킹 이후 나타난 논란들
업비트의 대응 과정에서도 여러 논란이 제기되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고 발생 후 7시간 51분이 지나서야 일반 고객에게 공지한 '늑장 대응'이었는데요. 해킹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네이버와의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를 예정대로 진행한 점은 투명성 부족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네이버 측은 간담회 종료 후에야 사태를 알게 되었다고 밝히며 양사 간 소통 문제까지 드러났습니다.
한편 업비트는 피해 규모를 두 차례나 수정하며 445억 원으로 최종 확정했고, 유출된 자산은 자체 보유 자산으로 전액 보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 금액이 업비트 준비금의 70%에 달한다는 점에서, 조금만 더 유출되었어도 충당이 어려웠을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해킹 조직의 진화된 전술
라자루스 조직은 2009년 창립된 이후 꾸준히 활동해온 북한의 대표적인 해킹 집단입니다.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으로 이름을 알린 이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유포 등 다양한 사이버 범죄를 저질러왔습니다. 최근 몇 년간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는데요. 올해 2월에는 글로벌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2조 1천억 원 규모의 코인을 탈취한 전력이 있습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북한과 연계된 해커들이 가상화폐 절취를 통해 총 13억 4천만 달러 상당의 피해를 입혔으며, 이는 전 세계 가상화폐 플랫폼 절취 피해액의 61%에 해당합니다. 호주 정부는 최근 라자루스 등 북한 해킹 그룹 4곳과 개인 1명에 대해 금융 제재와 여행금지 조치를 부과하는 등 국제적인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시사점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금전적 피해를 넘어 국내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걸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나무가 최근 확장해온 기술 기반 사업, 특히 기관 대상 커스터디 사업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킹 사고는 금전적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기술 신뢰가 흔들리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즉각 현장 점검에 착수했으며, 가상자산 거래소가 보유한 이용자 거래 정보가 신용정보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에 따라 보안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보안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특히 핫월렛 운영 방식과 보안 프로토콜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