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복으로 보낸 메시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미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가장 눈에 띈 장면은 백악관 국빈 만찬이었는데요. 시진핑을 비롯해 차이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어두운 색 인민복을 일제히 입고 등장했습니다.
서양식 정장을 선호해온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옷을 입은 건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인민복은 접어 내린 칼라와 덮개 달린 네 개 주머니, 앞면의 다섯 개 단추가 특징인 전통 의상입니다. 20세기 초 쑨원이 대중화해 중산복으로 불렸고, 마오쩌둥이 1949년 천안문 성루에서 수립을 선포하며 입으면서 서방에는 마오 수트로도 알려졌죠.
덩샤오핑과 대비되는 장면
전문가들은 이번 복장이 상징적 메시지를 담았다고 봅니다. 조지프 토리기언은 중국이 미국의 환대를 받으면서도 체제와 정체성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읽었습니다. 1979년 덩샤오핑이 텍사스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서방에 다가갔던 장면과 대비된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을 두고 양국 정상 간 역대 최고라 칭하며 친근감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시진핑은 같은 방식으로 화답하지 않았고, 실질적 성과도 제한적이었습니다. 무역 갈등 일부 완화와 농업 분야 협의에 그쳤고, 기업인 동행이 무산되며 대규모 계약 발표도 없었습니다. 이란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 역시 그대로 남았죠.
영부인이 만든 부드러운 외교
펑리위안 여사의 행보도 주목받았습니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통역 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눴고, AI와 대만 문제 같은 민감한 사안도 회담장 밖에서 자연스럽게 오갔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24일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는 미국 청소년 합창단이 중국 민요 모리화를 부르자 따라 부르며 호응했습니다. 펑 여사는 방미 기간 내내 서구 고가 브랜드 대신 중국 전통 요소를 살린 자국 브랜드 의상을 고집했는데요. 치파오를 차용한 드레스와 중국식 칼라가 국가 정체성을 알리는 수단으로 쓰인 겁니다.
과거 장칭 이후 최고 지도자 부인들이 대외 노출을 꺼리던 관행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중국 외교부장은 마음으로 사귀어야 관계가 오래간다는 말로 펑 여사의 역할을 평가했습니다. 결국 이번 방문은 실질 성과보다 상징과 이미지가 앞선 자리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