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틈타 커진 16조 담합
검찰이 석유화학 제품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LG화학, 애경케미칼, OCI, 롯데정밀화학, PKC, 유니드 등 6개 업체와 전·현직 임직원 37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담합 기간은 2021년 1월부터 2026년 4월까지이고, 대상은 폴리염화비닐 등 8개 품목입니다. 담합 규모는 16조3961억원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이들 품목은 반도체와 건축자재 등 산업 전반의 기초 원재료입니다. 담합으로 제조원가가 오르면 부담은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은 자진신고 감면으로 기소 대상에서 빠졌고, 고위 임원 2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골프 모임에서 오간 가격 합의
담합 방식은 조직적이었습니다. 각 업체 팀장급 직원이 경쟁사와 가격을 조율한 뒤 상급자에게 보고했고, 입찰에서는 낙찰 업체와 투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했습니다. 담당자가 바뀌면 후임자를 경쟁사에 소개해 관계를 이어갔고, 일부는 경쟁사 접촉 전담 직원까지 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골프 모임 녹취에는 임원들이 “PVC는 형하고 나하고 마음먹었으니까 그렇게 한다”, “국제 가격에 신경 쓰지 말고 한 번 더 올리기로 했다”는 대화를 나눈 내용이 담겼습니다. 중동전쟁으로 나프타 등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해 정부가 1,465억원을 지원한 뒤에도 담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수사 공백 막을 협력 체계
검찰은 지난 8월 7개 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들어갔고, 같은 달 14일 고위 임원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 중 PKC 전 영업본부장과 LG화학 전 사업부장 등 2명이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소는 혐의에 대한 공소 제기일 뿐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법정에서 다툼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다만 산업 기초재료의 가격 담합이 확인될 경우 파장이 작지 않은 만큼, 수사기관 간 협력과 공정거래 감시가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