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국길이 영화 같은 첩보 작전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란의 암살 위협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는 모습을 연출한 뒤 기내식 운반 차량을 통해 몰래 군용 수송기로 옮겨 탔습니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 참모진과 취재진은 대통령이 함께 비행하고 있다고 믿은 채 미끼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작전의 발단은 이스라엘이 전달한 첩보였습니다. 이란이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을 이용해 에어포스원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자, 백악관 비밀경호국은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통상적인 절차를 넘어선 조치를 내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탑승한 C-32A 수송기는 대통령 전용 호출부호인 AF1 대신 일반 군용기 호출부호를 사용하며 영국으로 이동했고, 반대로 대통령이 탑승하지 않은 에어포스원은 AF1 호출부호를 유지하며 추적을 유도했습니다.
기자단까지 속인 미끼 작전
미국 대통령들이 국가 안보를 위해 비밀 해외 순방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 인도와 파키스탄 방문 당시 미끼 비행기를 사용하며 기만 작전을 펼쳤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를 기습 방문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아프가니스탄을 비밀리에 찾은 전례가 있습니다. 다만 이들은 기자협회에 사전 고지를 하거나 비밀유지 서약을 한 기자들을 동행시키는 방식으로 최소한의 소통 창구는 유지했습니다.
과거 대통령들과 달리 이번에는 동행 기자들까지 속인 채 미끼 비행기가 운용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것처럼 연출된 에어포스원에는 백악관 기자단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이륙 직후 창문 덮개를 내리라는 이례적인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이는 대통령이 실제로 비행기에 없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9·11 테러 당시에도 대통령의 소재를 일시적으로 비공개한 적은 있었지만, 있지도 않은 곳에 있다고 거짓 발표한 이번 사례는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극단적 경호 논란과 전망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이 커지자 이는 전적으로 비밀경호국과 군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탄 군용 수송기가 더 위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일부 보도에서는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호텔 숙소 층수까지 파악하고 있었다는 첩보도 나왔는데요. 이러한 구체적인 위협 정보가 경호 당국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의 안전 확보와 언론에 대한 투명성 사이의 딜레마를 다시 한번 드러낸 사건입니다. 비밀경호국은 적들의 위협에 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취재진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만 작전을 펼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전례 없는 초현실적인 작전이라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촉구하고 있어, 향후 관련 논란이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