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수도를 깨운 보복의 밤
현지 시간 7월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퍼부었습니다. 이 공격으로 아파트와 시장, 호텔 등 민간 시설이 무너지면서 최소 13명이 숨지고 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요. 특히 주거용 건물이 직접 타격당해 바닥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는 등 참혹한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사태가 벌어지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일랜드 방문 일정을 급하게 단축하고 즉시 귀국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습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것에 대한 맞보복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번 공격은 2022년 침공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공습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인근 폴란드는 자국 영공 보호를 위해 예방적으로 전투기까지 출격시켰습니다.
산유국이 휘발유를 수입하는 역설
러시아가 이토록 격분한 데에는 에너지 시설이 잇따라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심장부의 정유시설을 정밀 타격했는데요. 니즈니노브고로드주의 루코일 정유시설 핵심 장비가 파괴되었고, 모스크바 최대 정유공장과 시베리아 우파 시설까지 연이어 타격당했습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전역에서는 주유소에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휘발유 판매가 제한되는 등 심각한 연료난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인도와 카자흐스탄에서 휘발유를 들여오는 역수입 상황까지 맞닥뜨렸는데요. 인도에서만 휘발유 3만에서 4만 톤을 실은 유조선 두 척이 출항했고, 향후 매달 약 40만 톤을 수입할 계획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연료 비축량 감소를 인정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끝나지 않는 보복의 악순환
양측의 공방은 이제 에너지와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최악의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인 에너지 시설을 노리고 있고, 러시아는 이에 수도를 직접 공습하며 보복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공격이 서로의 약점을 건드리면서 전장 외곽까지 피해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 정제 시설의 상당수가 가동을 멈춘 것으로 추정되고, 키이우 주민들은 밤마다 대피소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쟁의 기름줄과 민간인의 일상이 동시에 마비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귀국 이후에도 양측의 대립은 당분간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