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가 이끈 9000시대의 이면
코스피가 드디어 9000선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이 역사적 장면의 주인공은 생각보다 소수였는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8000에서 9000으로 가는 길에서 보여준 상승 기여율은 무려 99%에 달했습니다. 두 종목이 지수 상승의 전부였던 셈입니다. 나머지 수백 개 종목은 사실상 숨 쉴 틈도 없었죠.
당연히 이런 쏠림 현상은 변동성을 키우는 주범이 되었습니다. 코스피가 이후 5500선까지 밀릴 때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 기여율은 69.3%에 달했습니다. 오르든 내리든 이 두 종목이 지수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겁니다.
변동성을 키운 레버리지와 외국인 매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면서 시장은 더욱 요동쳤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일 수익률을 두 배로 쫓는 이 상품들은 출시 두 달 만에 규제가 강화될 정도로 후폭풍이 심각했는데요.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42.95%까지 밀렸고, 외국인의 고빈도 매매로 인해 증권사들은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렸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결국 개미들에게는 후폭풍으로 돌아왔습니다.
여기에 음의 괴리율을 절댓값으로 산정하지 않아 발생한 72일간의 관리 공백도 드러났습니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기본예탁금을 상향하고 점검에 나섰지만, 이미 상당한 피해는 발생한 뒤였죠. 내일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구조적 쏠림을 넘어설 방법은
한국은행은 반도체 쏠림과 레버리지 투자를 올해 상반기 변동성 확대의 1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일별 수익률 표준편차가 4.1%로 지난해의 3배에 달했고, 이는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준입니다. 타국에서도 반도체 주가는 움직였지만, 시장 비중이 낮아 전체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레버리지 ETF와 빚투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따로 있습니다. 특정 업종이나 소수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시장 구조를 바꾸고 투자자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거죠. 시장이 진정으로 건강해지려면 특정 종목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번에도 똑같은 롤러코스터를 반복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