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 무대에서 펼쳐진 한-우크라이나 첫 정상외교
이재명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지난 7월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약 43분간 진행된 이 만남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1억 달러 규모의 포괄적 지원이 약속되었습니다. 이 지원에는 인도적 구호와 전후 복구 협력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재건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다만 정부는 살상 무기 지원은 제외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이는 나토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한 균형 외교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됩니다. 1억 달러 지원과 살상무기 제외 원칙이 균형 외교의 핵심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군 포로 한국행, 인도주의가 열쇠가 되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우크라이나 내 북한군 포로 문제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러시아에 파병되었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20대 북한군 2명은 지난 19개월간 수용소에 갇혀 있으면서도 서울행 의사를 분명히 밝혀 왔습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당국은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이들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려 왔습니다.
양국 정상은 이 문제를 당사자들의 자유 의사를 존중하고 국제법 및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당사자들의 자유 의사를 존중한다는 원칙이 이번 합의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물론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제3차 제네바 협약상 본국 송환 원칙이 있고, 러시아는 북한 포로 2명을 돌려주는 대신 우크라이나 포로 수천 명과 맞교환하자고 제안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반영하려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의 한국행이 성사된다면 김정은 정권의 불법 병력 파견 실태와 비인도적 군 실태가 국제사회에 알려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유럽 무대 넘어 K-방산의 새 지평
이번 순방은 우크라이나와의 회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노르웨이 총리와 만나 국내 수입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 물량 확보를 요청하고,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 로켓에 대한 방산 협력을 다졌습니다. 루마니아 대통령과는 K9 자주포 현지 공장 건설을 언급하며 단순 수출을 넘어 공동 생산과 제3세계 공동 진출을 모색했습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나토에 방위산업 파트너십 2.0 구상을 제안하고, 한국과 나토 간 조달기본협정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 15조 원으로 예상되는 나토 공동조달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는 군용 선박 건조 협력과 방미 일정까지 조율하며 실익을 챙겼습니다. 이번 순방은 단순한 지원 약속을 넘어 K-방산의 유럽 진출 기반을 다지는 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