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물의 첫 경찰 출석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8일 오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파면) 결정 전후인 지난해, 용산 대통령실 소속 컴퓨터 약 1천 대를 초기화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으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건데요. 그와 함께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도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상태입니다. 경찰은 두 사람에게 공용전자기록 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는 이미 종료된 내란 특별검사팀의 잔여 사건을 경찰이 인계받아 진행하는 것입니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윤재순 전 비서관이 정진석 전 실장 주재 회의에서 '플랜 B'라는 PC 초기화 계획을 보고했다는 정황과, 직원들에게 "제철소 용광로에 PC를 폐기하라"는 극단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대통령기록물의 양이 너무 방대해 수사 기간 내에 해결하지 못하고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는 게 특검 측의 설명입니다.
증거 인멸 시도였는가
경찰 수사의 초점은 이 대규모 PC 초기화가 단순한 업무 인계 과정의 보안 조치였는지, 아니면 당시 논란이 되었던 '12·3 비상계엄' 관련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시도였는지에 맞춰져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일찌감치 이들의 행위를 증거인멸 시도로 보고 고발한 바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일인 4월 4일 이후 대통령실 PC가 대량으로 초기화된 점이 의혹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수사 당국은 초기화 명령이 하위 직원에게 내려진 시점과 경위, 그리고 삭제된 데이터의 복구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상계엄' 당시의 전자 기록 등이 의도적으로 지워졌는지 여부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진석 전 실장과 윤재순 전 비서관은 이에 대해 어떤 설명을 할지 주목받고 있죠.
수사의 향방과 법적 쟁점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록 관리 불량을 넘어, 정권 말기 권력 기관의 행위에 대한 법적·윤리적 책임 문제를 제기합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국가의 중요한 기록을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도 무거운 죄목에 해당합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진술을 대조하고, 특검팀이 확보한 증거와 진술 기록을 면밀히 검토해 사건의 전모를 재구성할 계획입니다.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검찰에 송치할지, 아니면 기소 의견 없이 사건을 종결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수사 결과는 과거 정권의 말기 행위에 대한 평가와 함께, 공직자의 기록 관리 의무에 대한 중요한 판례를 남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이번 소환은 정진석 전 실장에 대한 첫 경찰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특검 조사에는 출석한 바 있지만, 경찰 특수본의 피의자 신분 조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수사가 길어질 경우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도 무시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