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당원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 표결에서 부결되었습니다. 개정안 통과에 필요한 재적 중앙위원 과반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 대표의 '당원 주권 확대' 기조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입니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는데요. 8월 전당대회에서 공약했던 '1인 1표 당원 주권 정당'을 실현하지 못한 데 대한 송구함을 전했습니다. 그는 당분간 재부의는 어렵다고 밝혔지만, 당원 주권 시대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함께 드러냈습니다.
중앙위의 벽을 넘지 못한 개정안
이번에 부결된 당헌 개정안의 핵심은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1:1로 동일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제도는 대의원의 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요, 이를 바꾸어 당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더 크게 반영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5일 진행된 중앙위원회 온라인 표결에서, 찬성 271표, 반대 102표를 얻었지만 재적 위원 593명의 과반(297명)을 넘지 못해 부결되었습니다. 함께 논의된 내년 지방선거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권리당원 100% 투표로 변경하는 공천 룰 개정안도 마찬가지로 부결됐습니다.
부결 배경에는 당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영남, 강원 등 '전략 지역'의 과소 대표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수도권에 비해 당원 수가 적은 지역에서는 당원 한 표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어, 지역별 정치적 의견이 고르게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죠. 당 지도부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략 지역 당원의 유효투표 결과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수정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마저도 표의 등가 원칙을 훼손한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당내 반발과 숙의 부족 지적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당내에서는 상당한 반발과 이견이 존재했습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취약 지역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했고,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진행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더불어 이번 개정안이 정청래 대표의 ‘연임용 개정’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요, 당 대표 선출 방식과 직결된 내용이어서 생긴 오해였습니다. 이러한 내부적 갈등과 논의 부족이 결국 중앙위 과반 지지 확보 실패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중앙위원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당원 주권 강화를 위한 행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수정안까지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결된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명하면서도, 당원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지역당(지구당) 부활 논의와의 연결고리
한편, ‘1인 1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지역당(지구당) 부활’ 논의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인순 의원은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지역당 부활을 적극 주장하고 있는데요, 당원 활동의 실질적인 기반이 되는 지역 조직이 없이는 당원 주권 강화도 공허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입니다. 과거 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온상이었다는 비판으로 폐지된 지구당을 ‘지역당’으로 명칭을 바꾸어, 당원 교육과 관리 기능을 복원하자는 취지입니다. 남인순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재발의하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남은 과제
정청래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즉각적인 재부의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우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순번을 권리당원 투표 100%로 결정하는 당헌 개정은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역위원장들의 반발을 고려해 조항을 완화할 가능성도 언급하며 실용적인 접근을 시사했습니다.
이번 부결은 당원 민주주의를 확대하려는 진보적 열망과, 당의 안정적 운영과 지역적 대표성을 고려하려는 현실적 고민 사이의 간극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정청래 대표의 사과는 이러한 갈등 구조를 인정하고 당원과의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그러나 ‘당원이 주인인 당’이라는 기치를 실제 제도로 구현하기까지는 당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과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