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공석 끝에 윤곽 드러난 경찰청장 후보군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21개월 가까이 비어 있었던 경찰청장 자리의 윤곽이 이번 인사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9월 1일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을 경찰청 차장에 임명하면서 직무대행 업무까지 맡겼는데요. 이로써 이호영·유재성에 이은 세 번째 직무대행 체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 보직을 받은 김종철 차장과 고범석 서울청장, 유승렬 인천청장이 사실상 차기 청장의 유력 후보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눈길을 끈 건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의 승진 무산입니다.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 처리한 사건의 책임이 불거지면서, 이미 내정되었던 치안정감 승진이 마지막에 취소되었습니다. 고 청장은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으로 전보되었는데, 이는 명백한 문책성 인사로 풀이됩니다. 당연히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에 대한 긴장감이 상당했을 겁니다.
토착 경찰 논란 끝에 전면 도입된 향피제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연고지 근무를 원천 배제하는 향피제 전면 적용입니다. 지난 장윤기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이른바 토착 경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이번에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중 14명을 교체했습니다. 전체의 78%에 달하는 대폭적인 물갈이로, 치안감 직위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1%가 바뀌었습니다.
사실 경찰 조직 내에서 연고지 근무는 유착 논란의 오랜 뇌관이었습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모든 시도경찰청장이 연고지가 아닌 지역으로 배치되면서 지역 유착 우려를 덜어내려는 의도가 명확해졌는데요. 다만 한 번의 인사만으로 깊게 뿌리내린 관행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두고 봐야 할 부분입니다. 경찰청은 앞으로 청문감사인권담당관 같은 핵심 보직까지 향피제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룡경찰 시대 앞둔 마지막 퍼즐
10월이면 검찰청 폐지와 함께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합니다. 그러면 경찰은 사실상 14만 명 규모의 공룡 조직이 될 텐데, 이런 거대한 조직을 통제할 수장이 없는 상황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21개월 가까이 공석인 경찰청장 자리를 반드시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물론 이번 인사에서 수사 역량 강화에도 무게를 뒀습니다. 김광식 관악서장과 오승진 서울청 수사부장을 국가수사본부 주요 직위에 배치한 것은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반면 유재성 차장은 각종 비위 논란과 부실 수사 책임론 속에서 1년 3개월간의 최장기 직무대행을 마치고 퇴임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경찰 지휘부의 새 판짜기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모습입니다. 다만 진짜 시험대는 10월 수사권 개편 이후 조직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경찰청장 인선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새 지휘부가 갖춰야 할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