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는 내렸지만 위험은 그대로
8일 하루 동안 전국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13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인천의 30대 남성과 강원도의 80대 여성 등 2명이 추가로 숨지면서 누적 사망자는 28명으로 늘었습니다. 기상청이 서울의 폭염중대경보를 주의보로 낮추고 일부 지역의 열대야주의보를 해제했지만, 피해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지난 2일부터 일주일 연속으로 두 자릿수 환자가 발생하며 도심의 무더위가 여전히 무섭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환자 수만 보면 정점은 지난 것으로 보입니다. 8월 5일 225명, 7일 213명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8일 131명으로 한풀 꺾인 흐름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숫자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8월 초순에만 전체 환자의 43.9%가 집중됐고,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의 35.7%를 차지하며 치명률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집 안에서도 피할 수 없는 폭염
온열질환은 야외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기 쉬운데요. 사실 전체 환자의 25.6%가 실내에서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집이 9.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층은 집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전체 평균의 3배에 달했습니다. 고령자들은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초기 증상을 스스로 인식하기 어려워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실내 온도가 높아져도 냉방기를 켜거나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죠.
거기에다 노후 주택이나 반지하, 옥탑방 같은 열악한 주거 환경은 낮의 열기를 밤까지 붙잡아 둡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서 일부 에너지 취약 가구는 실내 온도가 30도 이상으로 지속됐고, 에어컨이 있더라도 전기료 부담으로 충분히 가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쪽방 주민들은 65세 이상이 40%를 넘고 수입의 대부분을 공공부조에 의존하면서 주거비조차 버거워 냉방은 사치가 되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만성질환자가 더 조심해야 할 여름
폭염은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자에게 별도의 위협입니다. 탈수로 인해 혈압이 낮게 잡히면 혈압약을 임의로 끊거나 줄여야 한다고 착각하기 쉬운데요. 이는 오히려 위험한 선택입니다. 땀을 흘렸으니 소금을 보충해야 한다는 생각도 흔한 오해입니다. 땀의 염분 농도는 혈액보다 낮아서 땀을 흘릴수록 혈액 속 염분은 더 농축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폭염 속에서는 물을 자주, 충분히 마시는 것이 탈수 예방과 혈압 관리에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뇨제나 SGLT2 억제제 같은 당뇨 치료제를 복용 중이라면 소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므로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규칙적인 식사와 소화가 잘 되는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면서, 혈압이 계속 낮거나 심한 두근거림이 있다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적으로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취약계층 2만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집중 보호 활동을 펼치며 9,800여 곳의 무더위 쉼터를 운영 중입니다.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 해서 방심하기보다는, 특히 고령층과 취약계층을 돌보는 세심한 주의가 더욱 절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