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에 숨 막히는 유럽
올여름 유럽은 폭염과 가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루마니아에서는 다뉴브강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원전 냉각수가 부족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정부가 긴급하게 물길을 돌리기 위해 암반을 폭파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독일에서는 라인강 수위가 역대 최저를 기록해 여객선과 유람선 운항이 전면 중단되었고, 화물선은 적재 용량이 20%까지 떨어지면서 운송 비용이 3배로 치솟았습니다.
그리스에서도 일주일 넘게 산불이 지속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소방 헬기 2대가 공중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관 2명이 숨지는 비극도 있었습니다.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강바닥이 드러나는 시간
가뭄이 극에 달하면서 평소 볼 수 없는 광경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강바닥이 완전히 메말라 오래된 난파선 선체와 잔해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전의 유물이 가뭄으로 인해 물속에서 밖으로 나온 셈인데요, 이는 강 수위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루마니아의 원전 사태 역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원전 가동을 위해서는 충분한 냉각수가 필요한데, 강물 부족으로 발전이 멈추면서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독일 라인강이 막힌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 내 물류 운송의 상당 부분이 강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배가 뜨지 못하면 산업 전반의 물류 대란이 우려됩니다.
5조 원을 넘어선 경제적 충격
이번 폭염과 가뭄이 남긴 경제적 상처도 적지 않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이 이미 5조 원을 넘어섰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는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는 간접 피해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라인강 물류 마비는 제조업과 화학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고, 관광 산업과 농업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한 기후 현상은 인프라와 산업, 그리고 일상을 위협하는 현재 진행형인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상 기후가 앞으로 더 잦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장기적인 기후 리스크 관리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