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이 조명한 '기대'의 힘
2026년 노벨 경제학상은 로버트 홀 스탠퍼드대 교수와 마이클 우드퍼드 컬럼비아대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노벨위원회는 두 학자가 가계와 기업의 미래 예상이 경제정책 효과를 좌우한다는 이론을 세웠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드퍼드 교수는 수상 발표 당일에도 컬럼비아대에서 '인지 메커니즘과 경제 행동' 강의와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상식은 12월 10일 열립니다.
포워드 가이던스, 약인가 독인가
우드퍼드 교수의 대표 연구는 중앙은행이 금리 정책 방향을 미리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입니다. 그는 2005년 잭슨홀 논문에서 정책 계획을 투명하게 알리면 시장 기대를 조정해 통화정책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이론은 전 세계 중앙은행과 정부가 활용하는 모형에 안정적 토대를 제공해 왔습니다.
반면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8월 잭슨홀 연설에서 미래 정책 결정에 관한 소통의 투명성이 그 자체로 미덕은 아니라고 짚었습니다. 과도한 가이드가 시장과 기업을 엉뚱한 곳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평시에는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실험과 남은 과제
한국은행은 올해 처음 6개월 금리 전망 점도표를 도입하며 포워드 가이던스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한은 부총재는 연준 기조와 상관없이 지금까지 긍정적 역할이 훨씬 많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신현송 총재는 7월과 8월 기준금리 25bp 인상 과정에서 가이드가 시장 충격을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5월과 6월에 인상이 상당 부분 시장 가격에 반영됐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며 가이던스를 주면 사후에 더 큰 변화를 막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8월 기자간담회에서 '가래로 막을 걸 호미로 막는' 표현을 쓰며 연준보다 앞서 움직인 점을 강조했습니다.
우드퍼드 교수는 중동전쟁이 가져온 에너지 가격 변동이 세계 경제에 파급효과를 낸다고 언급했습니다. 워시 의장의 경계와 우드퍼드 교수의 이론은 상반되지만, 한국은행은 두 관점을 참고해 시장과의 소통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물가와 금리 경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대를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하느냐가 정책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