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원 날아간 노후 자금...채권 사기 논란
최근 중앙그룹 계열사 채권에 투자했다가 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개인 투자자들이 법적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투자자 286명은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과 법무법인 창천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리인단을 선임했는데요. 특히 론스타 사건이나 홍콩 ELS 불완전 판매 사태를 파헤친 이복현 전 원장이 대리인단을 이끌면서 전문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위임한 피해 채권액만 300억 원을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피해자들 상당수는 퇴직금이나 배우자 치료비 등 생계 자금을 투입한 고령층과 서민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희소암을 앓는 배우자의 병원비를 마련하려던 70대 퇴직자의 사례처럼 절박한 상황에서 모은 돈을 잃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번 사태를 '중앙그룹 채권사기'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권리 구제를 요구하고 있죠. 이복현 변호사는 이를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돌려막기 금융사기로 규정하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부채비율 2600%를 넘긴 채권 판매
사실 중앙그룹 계열사의 재무 상태는 상당 기간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부채비율이 2600%를 초과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런 회사가 회생 신청을 불과 닷새 앞둔 시점까지 개인 투자자들에게 회사채와 전자단기사채를 판매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핵심입니다.
이번 위기는 지난 6월 12일 JTBC가 206억 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이후 중앙홀딩스와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 메가박스중앙 등이 잇따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서울회생법원은 이들 4개사에 대해 회생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반면 JTBC는 자율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에 들어갔고 중앙일보는 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 직전까지도 개인들에게 채권이 유통됐다는 겁니다. 투자자들은 채권의 신용등급이 BBB-이고 부도 확률이 1%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듣고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재무 상태였고, 정보 비대칭 속에서 전문가들을 믿고 투자한 개인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된 셈입니다.
증권사 책임론과 법적 공방은 어디까지
변호인단은 채권 발행을 주관한 신한투자증권과 전자단기사채를 판매한 키움증권 등 금융기관의 책임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형식상으로는 기관 배정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개인에게 흘러갔고,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수억 원대 수익을 챙겼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변호인단은 구조화 기업어음 발행 시 금융기관의 정보 제공 의무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유통시장에서 상품을 매입한 투자자에게도 금융기관의 책임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단성한·유민종 변호사 등 특수통 검사 출신들이 자문으로 참여하면서 법적 공방의 치열함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금융기관들은 자체적인 판매 과정의 적법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금융감독원이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을 넘어 투자일임사와 다른 증권사들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와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유사 사건의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