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를 세탁소로 삼은 일당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가 투자 사기 피해금 287억 원을 카지노에서 현금으로 바꿔 세탁한 조직을 적발했습니다. 검거된 인원은 모두 54명으로, 총책 A(51) 씨를 포함한 14명이 구속 송치되고 40명은 불구속 송치됐는데요. 피해자는 555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고수익을 미끼로 허위 투자 사이트에 접속하게 만드는 이른바 투자 리딩방 사기로 자금을 모았습니다. 은행 창구 대신 카지노를 택한 이유는 고액 현금 인출에 대한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잃지 않는 베팅의 정체
자금 세탁의 핵심 도구는 카지노 게임칩이었습니다. 조직원들은 창구에서 수표로 돈을 인출해 칩으로 바꾼 뒤, 같은 게임에 서로 반대편으로 베팅하는 양방 베팅 수법을 썼습니다. 한쪽의 손실이 다른 쪽의 수익으로 상쇄되니 게임 결과와 무관하게 칩은 그대로 남는 구조입니다. 이후 다시 현금으로 환전해 화장실 같은 은밀한 장소에서 전달책에게 넘겼죠.
이 과정에는 카지노 VIP 회원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는 고령·무직 영주권자들이 동원됐습니다. 인출책과 환전책, 전달책, 모집책으로 역할을 나눠 움직였고, 베팅 한도가 없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하루에 세탁된 금액만 10억에서 30억 원에 달했습니다.
아직 남은 자금의 행방
경찰이 일당이 관리한 계좌에서 확인한 금액은 약 370억 원으로, 피해자에게 확인된 287억 원보다 많습니다. 세탁 과정에서 자금이 여러 계좌를 거치며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수사팀은 강원랜드와 인천 영종도, 서울 용산 등 4개 카지노를 범행 무대로 특정하고 현금 1억 원 상당과 명품,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습니다. 피의자 소유 부동산 3억 원에 대해서는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는데요. 다만 압수된 현금을 뺀 대부분의 피해금은 해외 조직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여, 실제 피해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