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만 가구 공급 속도전, 실효성은 미지수
정부가 수도권에 23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겠다며 주택 신속 공급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경기 남양주 덕소, 광주 장지동, 서울 강서 염창공원 등 2만 7천 가구를 우선 공개하고, 착공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대폭 단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실제 토지 보상과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대부분의 물량이 2029년 이후에나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당장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공공택지 중심의 신규 공급과 민간 재개발 활성화에 있습니다. 정부는 재개발 조합 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고, 이주비 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또한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층수와 면적 기준을 완화하고, PF 보증과 금리 지원을 확대해 멈춰선 사업장을 다시 돌리겠다는 계획인데요. 문제는 이런 지원책들이 오히려 분양가를 끌어올려 서민 주거지를 앗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서울 정비구역의 국민평형 분양가가 20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추가 지원은 수요자 지원이 아닌 조합원 혜택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간 규제 풀고 금융 지원 늘리는 방식
정부는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신규 택지 확보와 함께, 용산공원 반환 부지 등 공공 유휴지를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는데요.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임기 내 총 150만 호를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다만 용산 어린이공원 부지 활용은 서울시와의 이견이 여전해 조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금융 쪽에서도 변화가 큽니다. 가계부채 총량 규제 완화와 함께, 임대사업자들의 대출 규제를 풀어 비아파트 공급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규제지역 내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하며 갭투자를 견제하려는 핀셋 정책도 도입되었는데요. 시장에서는 유동성 확대 신호가 먼저 작용해 비규제지역이나 서울 중하위 지역의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로 전월세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재개발 확대로 저렴한 주거지가 사라지면서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전월세 난과 법안 처리가 남긴 과제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대책이 임대차 안정보다 시장 활성화에 치중되어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비사업 확대로 저층 주거지가 사라지면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 줄어들고, 20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 역시 장기 안정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국민의힘 역시 이번 대책을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답습하는 재탕으로 규정하며,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주도 공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의 처리 속도입니다. 전략환경평가와 보상 절차, 정비사업 관련 법 개정 없이는 착공 기간 단축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거죠. 정부는 원스톱 패키지 방식으로 행정 절차를 동시에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지자체와의 갈등과 보상 협의 지연이 반복될 경우 계획대로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단순한 물량 확보보다는 저층 주거지 환경 개선과 기존 거주자의 주거 안정 대책을 병행하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