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두 명의 작업자가 떠난 자리
18일 오후, 서울의 두 건설 현장에서 연이어 작업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먼저 낮 1시 20분쯤, 여의도역 인근 신안산선 지하 70m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되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상단부에 설치된 길이 40m의 철근 구조물이 떨어져 내렸고, 이를 맞은 50대 작업자 한 분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습니다. 또 다른 작업자 한 명은 어깨 부상을 입었습니다. 지하 깊은 곳에서 벌어진 이 참사는 현장 사진만으로도 그 충격적인 규모를 가늠케 합니다.
불과 두 시간 뒤, 강남구 잠실대교 남단 공사 현장에서는 25톤짜리 타워 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크레인 아래에 있던 60대 작업자가 깔렸고, 구조대가 2시간 반 만에 발견했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하루 사이에 서로 다른 현장에서 두 명의 작업자가 생을 마감한 겁니다. 대전의 한 대학에서는 새벽에 강의실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또 포스코이앤씨"...올해만 다섯 번째 중대 사고
여의도 사고의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였습니다. 이 회사는 사고 직후 송치영 사장이 현장을 찾아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과는 특히 무겁게 들립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김해, 광명, 대구, 의령에 이어 이번으로 벌써 다섯 번째 중대 인명사고를 낸 셈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에는 신안산선 광명 구간에서 터널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사고 현장의 비상연락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는 보도입니다. 현장에 비치된 비상연락처 중 작업반장 번호는 실제 연락이 안 되었고, 안전팀장 번호는 존재하지 않는 번호였으며, 사업단장은 이미 퇴사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런 허술한 비상 체계는 사고 발생 시 초동 대응을 늦추고 피해를 키울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입니다. 지난 사고 이후 회사는 안전진단 특별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전사적 안전 강화 조치를 추진했다고 하지만, 현장의 근본적인 안전 문화와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전수조사와 중대재해법 수사, 안전은 뒷전인가
당국의 움직임도 빠릅니다. 고용노동부는 여의도 현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신안산선 전 구간 50개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조사는 구조물 안전성과 시공 과정, 그리고 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이번 잇단 사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한국 건설 현장에 깊이 뿌리박힌 안전 불감증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빠른 공기와 비용 절감에만 매몰되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작업자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구조라는 비판입니다. 특히 지하 깊은 터널이나 대형 크레인을 다루는 고위험 작업 현장에서의 안전 관리가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당국의 조사와 처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공사 스스로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게 핵심 과제로 떠오릅니다. 앞으로의 조사 결과와 이에 따른 제도적 보완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