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인정, 무엇을 의미하나
쿠팡 새벽배송을 하던 30대 택배기사 오승용씨가 교통사고로 숨진 지 56일 만에 국가가 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월 4일 오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임을 공식 승인했다. 이는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국가의 공식 확인이다. 오씨는 지난해 11월 10일 새벽 제주에서 배송을 하던 중 전신주를 들이받아 사망했다. 당시 그는 충분한 휴식 없이 연속으로 새벽 배송을 하고 있었고, 과도한 물량을 감당해야 했다.
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이번 산재 승인을 두고 “예견된 참사”라고 평가했다. 쿠팡의 새벽배송 시스템 자체가 장시간 노동과 위험한 운행을 강요하는 구조였고, 그 결과로 오씨의 죽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공단의 판단은 단순한 사고 인정을 넘어, 플랫폼 기업의 과로 구조에 국가가 도장을 찍은 것과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로의 현실: 75시간 노동과 하루 400개 배송
오승용씨의 노동 조건은 극단적이었다.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75시간, 12주간 주당 평균 76시간 36분을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공단이 과로로 판단하는 기준인 주 60시간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하루에 11시간 이상 일하면서 300~400개의 물량을 배송해야 했다. 부친상을 당했을 때도 단 하루만 쉬고 다시 업무에 복귀할 정도로 휴식이 없었다.
누나 오모씨는 국회 청원에서 “동생은 생계를 위해 새벽배송을 하면서도 항상 피로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새벽 시간대의 운전은 졸음 사고 위험이 높은데도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쿠팡의 위탁 구조와 물량 할당 방식이 노동자의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했다.
주당 75시간 노동은 법정 근로시간의 두 배에 가깝다. 그럼에도 쿠팡은 오씨를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라 도급업체를 통해 위탁해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재 승인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인정한 셈이다.
끝나지 않은 싸움: 플랫폼 노동자 보호
오승용씨는 2020년 이후 쿠팡에서 산재로 숨진 8번째 노동자다. 이번 사건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의 허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택배노동조합은 쿠팡에 공식 사과와 유가족에 대한 책임 이행, 새벽배송 시스템 전면 개선을 요구했다. 쿠팡 측은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노동조합은 여전히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없다고 지적한다.
노동조합은 “쿠팡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유가족은 산재 인정과 함께 쿠팡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해 왔지만, 아직 충분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제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주목된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근로 기준 적용, 근로시간 관리, 안전 대책 마련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에서는 특고·플랫폼 노동자 보호 법안이 논의 중이지만, 진전은 더디다. 오승용씨의 죽음이 단순한 산재 인정으로 끝나지 않고, 노동 환경 개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한결같은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