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가 침묵한 무더기 발사
북한이 지난 20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무더기로 발사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 미사일들은 약 300km를 비행했으며, 전술핵탄두인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는 600mm 초대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발사는 올해 들어 12번째 도발이자, 최근 2주 사이 세 번째 미사일 발사에 해당합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례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통상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소식과 발사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는데요. 이번에는 그 어떤 관영매체도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무력시위의 기본인 가시화와 공개화를 의도적으로 생략한 셈입니다.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는 완충 장치
이러한 침묵 뒤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직전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언급하며 관계를 관리했습니다. 동시에 한미연합훈련 등을 거론하며 이번 발사가 주권적 행사라는 명분을 미리 마련했는데요. 이는 미국이 반발할 명분을 줄이고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완충 장치로 풀이됩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번 발사가 미국 영토와 동맹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번 도발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를 11일에서 5일로 축소한 직후에 이루어졌습니다. 북한은 한국을 향해 조롱 섞인 비난을 이어갔지만,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로 격상시키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을 겨냥한 무력 과시와 배제 전략
군사적으로는 이번 발사가 단순한 도발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300km 사정권 내에 있는 오산 미 7공군사령부와 군산 미 8전투비행단 등 주한미군 핵심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것인데요. 특히 다량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집중 포화 훈련을 통해 한미 미사일방어체계를 물량으로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한국을 배제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뚜렷합니다. 김여정 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나설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차단하고, 향후 북미 대화에서 한국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메시지를 워싱턴에 던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한국을 압박하는 이중적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