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통적인 ‘보수 성지’로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습니다. 26일 오후 그의 방문은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행보였지만, 인근에서는 그의 방문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는 등 논란과 함께 진행됐는데요. 이 방문은 그가 당 제명 이후 9개월 만에 대구를 찾은 것이자, 6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지역 활동을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출마의 의지를 탐색하는 행보
한 전 대표는 이번 대구 방문을 ‘책임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 25일부터 삼성창조캠퍼스 방문, 칠성시장·근대골목 탐방 등 3일간의 일정을 소화하며 지역 민심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문시장은 보수층 민심의 온도를 가늠하는 상징적 장소로 꼽히는데, 그의 방문은 단순한 인사 차원을 넘어선 정치적 메시지로 읽힙니다. 당 안팎에서는 그가 대구 지역 중 수성갑(주호영 의원 지역구)이나 달성군(추경호 의원 지역구) 등 현역 의원이 대구시장 경선에 나서면서 공석이 될 지역구에 재보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인 출마 지역을 밝히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어디를 나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는데요. 이는 출마 지역을 미리 공개하면 당내에서 막으려는 움직임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YTN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전 대표의 ‘험지 출마’가 당 전체 선거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 닫힌’ 대구, 외지인의 진입 장벽
한 전 대표의 대구 행보에 대해 당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주호영 의원은 “대구가 외지인에게 문을 연 적이 없다”며 한 전 대표의 대구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는데요. 그는 과거 조순형 전 의원의 대구 출마 실패 사례를 들며 대구 유권자들이 지역 기반과 혈연, 학연을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을 지녔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 당선은 고향이 상주이고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분석은 대구가 비록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중앙 정치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라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장받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한 전 대표에게는 지역구민과의 깊은 공감대 형성과 소통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의 대구 방문이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 맺기의 시작인지, 아니면 일회성 행사에 그칠지가 향후 그의 정치적 입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당내 갈등과 ‘백의종군’ 요구
한 전 대표의 행보는 국민의힘 내부의 기존 갈등 구조에도 다시 불을 지핍니다. 당내 일각에서는 그에게 ‘백의종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석기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장동혁 대표를 끌어내리는 것만으로는 선거 승리가 어렵다며, 책임을 인정하고 자숙하며 선거가 어려운 지역에서 후보 당선을 도우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이런 요구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옹호나 계엄 지지 발언과 같은 ‘폭주’를 막기 위해 당시 희생한 이들이 있었는지 반문하며, “그들은 지금까지 어떤 희생을 했나”라고 되물었습니다. 자신을 제명할 때 동조했던 이들이 이제 와서 희생을 요구하는 모순을 지적하며, 진정한 희생의 의미를 묻는 것이죠. 이 논쟁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당의 방향성과 과거 사건들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내부의 깊은 골을 다시 드러내고 있습니다.
6월 선거를 앞두고 한동훈 전 대표의 선택은 그 자신의 정치적 재기의 관건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내 보수 세력 재편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그의 대구 행보가 실질적인 지지 확보로 이어질지, 아니면 지역의 장벽과 당내 반발에 부딪힐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