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비춘 학교 현장의 무력감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그려낸 학교의 무력감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에듀플러스가 전국 초·중·고 교사 22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3.9%가 학생 갈등과 생활지도 문제를 해결할 권한과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답했습니다. 교사들은 책임은 집중되는데 정작 문제를 제재할 수단은 없는 '책임과 권한의 불균형'을 가장 큰 고통으로 꼽았습니다. 수업 중 소란을 피우는 학생에게 적절히 대응조차 어려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신고나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대한 두려움이 교사들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 명의 민원인으로 인해 몸을 사리게 되면서 적극적인 지도보다 문제를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교사를 서비스직으로 만든 사회적 인식
이런 위기의 이면에는 교육을 서비스로, 학부모를 고객으로 보는 시각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외솔 교육철학 연구자는 교사의 권위가 법적 보호나 물리적 힘이 아닌, 학생을 성장시킬 것이라는 사회적 신뢰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교육이 서비스 소비의 논리로 전환되면서 교사는 '자라게 하는 사람'이 아닌 '응대하는 사람'으로 전락했습니다. 제주시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 지도 후 지속적인 악성 민원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순직 인정까지 8개월이 걸린 사실은 교사를 보호할 실질적인 체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OECD TALIS 조사에서도 한국 교사의 56.9%가 학부모 민원 대응을 최대 스트레스로 꼽았는데, 이는 교사의 전문성보다 민원 처리 능력을 요구하는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권위의 어원이 '자라게 하다'인 만큼, 교사가 학생을 성장시키려면 먼저 사회가 교사를 성장시킬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교권 회복의 열쇠는 신뢰에 있다
정부의 교권 보호 정책 역시 현장에서는 체감되지 않고 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의 77.5%가 정책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서이초 사건 이후의 대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높았습니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사의 무력감이 교육력 부족이 아니라 행정·법적 통제 장치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합니다. 학교가 교육 공간이 아닌 민원 대응 공간으로 변질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죠. 결국 교권을 되살리는 길은 교사에게 더 큰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교사들이 다시 학생 앞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선 과제입니다. 사회가 교사의 판단 여백을 인정하고 전문성을 지지할 때, 교육 현장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