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묶고 사람을 연결하다
현대차그룹이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인공지능 전환으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인 H챗 프로 사용자가 3만 명을 넘어서면서 일반 및 연구직 임직원의 약 80%가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9년부터 추진한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프트 365와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전 세계 사업장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연결한 결과입니다.
정의선 회장은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경영진부터 바이브 코딩 교육에 참여하며 조직의 AI 역량 강화에 직접 나섰습니다. 이러한 상향식 접근은 단순히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직원들이 AI를 직접 경험하며 최적의 활용법을 찾도록 이끌었습니다.
연구실과 공장이 달라지는 순간
구체적인 성과는 연구개발과 제조 현장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남양 기술연구소에 도입된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수십 년간 흩어져 있던 충돌 시험 데이터를 통합해 유사 사례를 즉각적으로 찾아주며, 엔지니어의 자료 검토 시간을 약 90%나 줄여주었습니다.
생산 라인에서는 AI가 차량 식별 번호를 실시간으로 판독해 전산 정보와 대조하는 시스템이 전 세계 70개 거점에서 운영 중입니다. 이를 통해 연간 52억 4천만 원의 재작업 비용을 절감했고,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로는 불필요한 생산 중단 시간을 86%가량 낮췄습니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정비 지원 AI가 도입되어 대응 시간이 42% 단축되는 등 전 밸류체인에 걸쳐 효율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자율형 공장으로 나아가는 제조업
현대차그룹의 변화는 대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울산테크노파크는 중소벤처기업부 프로젝트를 통해 국비 50억 원을 포함한 총 71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지역 제조업의 AI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조선 블록 용접부터 자동차 부품 공정, EV 배터리 생산까지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자율형 제조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전환 과정에는 과제도 있습니다. AI 활용에 따른 보안 리스크와 데이터 관리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며, 투입 비용 대비 실질 생산성 향상을 입증하는 평가 기준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축적한 데이터와 운영 경험이 피지컬 AI 시대를 준비하는 강력한 밑바탕이 되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