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번호 끝자리에 따라 이용 요일이 정해지는 ‘5부제’가 단순한 교통·주차 수요 관리책을 넘어 에너지 절약과 자원안보 대응 수단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의왕시와 경남도가 공영주차장에 5부제를 도입했고, 통신 3사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도 사내 차량 운행과 에너지 사용에 5부제를 적용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동일한 제도이지만, 지역별·부문별로 추진 배경과 목적은 상이하며, 이는 5부제가 가진 유연한 정책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의 두 가지 접근법
의왕시가 10월부터 관내 13개 공영주차장에 5부제를 도입한 배경은 명확합니다. 한정된 주차 공간에 대한 수요를 분산시켜 시민들의 주차 편의를 높이고 혼잡을 완화하겠다는 거죠. 차량 번호 끝자리가 1과 6이면 월요일, 2와 7이면 화요일에 주차하는 방식으로, 특정 요일에 몰리는 주차 수요를 자연스럽게 조정하려는 전략입니다. 김성제 시장은 시민 의견을 수렴해 주차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경남도의 5부제 도입에는 또 다른 국가적 맥락이 있습니다. 정부의 자원안보 위기 ‘경계’ 단계 발령에 따른 조치로, 도내 341개 공영주차장 중 61개소를 대상으로 승용차 5부제를 시행 중입니다. 목적은 에너지 소비 절감입니다. 다만, 도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통시장 주차장 168개소와 환승주차장 등 총 280개소는 제외했습니다. 두 지자체의 사례는 5부제가 지역 문제 해결과 국가적 위기 대응이라는 서로 다른 목표 아래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죠.
민간 기업의 자발적 '에너지 다이어트'
이 흐름은 공공부문에 그치지 않습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자발적으로 ‘에너지 다이어트’에 나서며 사내 차량 5부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KT는 5부제 차량 운행과 퇴근 시 소등 등을 통해 월 318MWh의 에너지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사무실 냉난방 온도 관리와 PC 전원 관리 캠페인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조치는 고유가와 전력난이라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의 일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접근은 보다 실용적이고 종합적입니다. 단순히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화, 연구개발(R&D) 시설의 에너지 사용량 감축, 임직원 대상 절약 습관 교육까지 에너지 소비 문화 전반을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절약이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유연한 정책 도구의 미래
주차 공간 부족 해결, 자원안보 대응, 기업의 에너지 절약까지. 5부제의 이러한 확장은 해당 제도가 가진 기본적인 메커니즘, 즉 ‘수요의 시간적 분산’이 다양한 정책 목표에 적용 가능한 강력한 도구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도시 교통 혼잡 완화, 탄소 중립 목표 달성, 공공시설 에너지 효율화 등 복합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데 유연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제도의 확대 적용에는 시민과 기업 구성원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의왕시가 안내판 설치와 콜센터 운영에 나선 것처럼, 경남도가 다양한 채널을 통한 홍보에 힘쓰는 것처럼, 정책의 취지와 세부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5부제는 이제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그 활용 방식은 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과제에 따라 계속 진화해 나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