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입증 책임’ 전환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핵심 법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는 기존의 노동자성 판단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는데요. 특히,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하는 현재의 구조가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습니다. 이에 따라 ‘근로자 추정의 원칙’ 도입, 즉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원칙을 형사처벌 규정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에까지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법조계 내부에서 이견이 뚜렷합니다. 한쪽은 노동자의 기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형사법의 근본 원칙과의 충돌을 우려하고 있죠. 이로 인해 단순해 보이는 제도 도입이 생각보다 복잡한 법리적 쟁점에 직면해 있습니다.
왜 지금 ‘추정 원칙’이 필요한가
문제의 출발점은 명확합니다. 음식 배달이나 대리 운전, 플랫폼을 통한 각종 서비스 노동이 일상이 된 지금, 기존 ‘인적 종속성’ 중심의 노동자 판단 기준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사용자 측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약한 새로운 업무 방식에서는 노동자임을 입증하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반영되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C 테스트’처럼 노동자성을 입증할 책임을 사용자에게 넘기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죠.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가 제안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이 방향을 따르고 있습니다.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추정하되, 특정 예외 조건을 명시하는 방식입니다. 핵심은 사용자에게 반증의 기회를 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지만, 여기서 가장 첨예한 논쟁이 발생합니다. 바로 이 추정의 원칙을 형사절차에도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형사처벌 적용, 찬반이 팽팽
박귀천 교수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형사절차에서의 적용을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고의로 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 형사 사건에서, ‘노동자 추정’이 선행되면 사용자의 진술 거부권이 훼손될 소지가 있고, 법원이 사실상 사용자에게 무죄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박 교수는 “남녀고용평등법 사례에서도 증명 책임 전환 후 고의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어 사건이 흐지부지된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며, 행정·민사 절차에서의 효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민주노총의 정기호 법률원장이나 민변의 신하나 변호사 등은 강력한 적용을 주장합니다. 그들의 논리는 공정거래법에 ‘독점적 지위 남용’ 행위를 추정하는 조항이 있고, 여기에 형사처벌 규정도 함께 적용되고 있는 선례가 있다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교묘하게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해 최저임금이나 산재보험 같은 기본적인 보호에서 배제하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추정 원칙과 처벌 규정이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이죠. 한국노총의 우지혜 변호사는 중간 입장으로, 법적 요건(지휘·감독, 경제적 종속성 등)을 입법 시 명확히 규정해 사용자의 반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합의점을 찾아야 할 미래
현재의 논의는 단순한 법 조문 개정을 넘어, 변화하는 노동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규율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반영합니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동의하는 점은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노동권 보호와 형사법 체계의 안정성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향후 입법 논의에서는 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것입니다. 추정 원칙의 적용 범위를 행정·민사 분쟁 해결에 국한할지, 아니면 형사 제재까지 확대할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노동자’와 ‘진짜 자영업자’를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하고 공정한 기준 마련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번 논의가 단순한 법적 기술(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 노동의 존엄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