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경영진의 청문회 불출석과 개인정보 유출 이후의 역설

헤노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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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4일 오후 11:05

발행: 2025년 12월 13일 오후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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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김범석 의장 등 주요 경영진이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며 책임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편 경찰은 전직 직원을 피의자로 특정하며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습니다. 역설적으로 쿠팡 앱 이용자 수는 소폭 증가했는데, 이는 편의성에 기반한 생태계 의존도를 보여줍니다. 사건은 소액 피해자 구제의 한계를 드러내며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책임 질문 앞에 선 ‘글로벌 CEO’

3370만 건에 달하는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글로벌 기업 CEO’로서의 공식 비즈니스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통보했는데요,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박대준·강한승 전 대표도 각각 사임과 건강 문제, 해외 거주 등을 내세우며 불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들의 사유를 ‘무책임하다’고 일축하며 고발이나 강제 구인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불출석은 단순한 일정 문제를 넘어, 거대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사건 규명을 위해 닷새 연속으로 쿠팡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수사 핵심은 중국 국적의 전직 직원 A씨로, 정보통신망 침입 및 비밀누설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 이메일, 배송 주소, 심지어 일부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피해 규모와 심각성이 매우 큽니다.

반복되는 ‘불출석’과 확산되는 논란

김범석 의장의 이번 결정은 돌발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그는 과거 농구 부상,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논란 당시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도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은 전력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유사한 이유를 제시하며 국회의 질문을 피하려 하자, 여야를 막론하고 ‘책임 회피’와 ‘국회 기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쿠팡이 사태 발생 후 새로 선임한 해롤드 로저스 대표가 미국 법무 전문가라는 점에서, 청문회 회피를 위한 계산된 포석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태 발생 2주가 넘도록 쿠팡의 공식적인 사과나 피해자 보호 대책은 미흡한 상태입니다. SK텔레콤이나 롯데카드 등 타사 유출 사고 때와 달리,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 이동통신사 티모바일이 해킹 사고 후 고객에게 2년간 무료 신원 보호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와 비교하면 대조적이죠. 업계에서는 쿠팡이 미국 법인이라는 지위와 국내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제재가 상대적으로 약점을 활용, ‘버티기’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신뢰는 추락했는데, 이용자는 늘어나는 역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논란 속에서도 쿠팡 앱의 활성 이용자 수는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한 주간 쿠팡 앱 이용자 수는 약 4.1% 늘었고,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이용자도 함께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9%는 쿠팡의 신뢰 회복이 어렵다고 답했지만, 55.3%는 ‘편의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용을 계속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빠른 배송, OTT·배달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쿠팡 생태계의 ‘락인 효과’가 개인정보 불안보다 현재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 수치가 안정적이라고 보기엔 이릅니다. SSG닷컴, 컬리 등 경쟁사들은 ‘탈팡’ 수요를 잡기 위해 무료배송 기준을 낮추고 멤버십 프로모션을 강화 중입니다. 당국 수사 결과와 쿠팡의 향후 보상 방안에 따라 소비자 행보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상황이죠.

사건이 재점화시킨 제도적 쟁점: 집단소송제

이번 사태는 오래된 제도적 과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바로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증권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집단소송이 도입되어 있어, 쿠팡 사태와 같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공동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공동소송은 소송에 참여한 사람에게만 효력이 미쳐, 소액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22대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의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다만, 집단소송제 도입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 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미국에서조차 그 효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립니다. 제도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소송 요건을 엄격히 하고, 장기화될 수 있는 절차에 대한 대비, 그리고 피해자에게 충분한 고지 절차를 마련하는 등 정교한 설계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쿠팡 사태는 단순한 한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 개인정보 보호와 기업 책임, 소비자 구제 시스템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다시 필요한 순간임을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