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강렬한 공포의 등장
소원을 들어주는 앱 ‘기리고’가 불러온 저주를 피해 고군분투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가 화제입니다.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순위에 진입했고, 장기간 인기 차트를 지키며 K-호러의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스마트폰이라는 일상의 도구와 한국 무속이라는 전통적 세계관을 충돌시켜, 익숙한 공포의 문법을 완전히 비틀어낸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19세 이상 관람 등급에 맞는 파격적인 수위와 함께, 신인 배우들의 열연과 10대들의 현실적인 감정선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공포물을 넘선 깊이를 얻었습니다.
신선함을 위한 감독의 선택
이런 성과 뒤에는 박윤서 감독의 의도적인 선택이 있었습니다. 드라마가 3개월 이상 인기를 유지하며 4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사랑을 받자, 박 감독은 작품 선택과 제작 과정에 대한 인터뷰에서 ‘신선함’을 강조했습니다. 기존의 스타 배우 대신 전소영, 강미나, 백선호, 현우석, 이효제 등 신예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결정이 바로 그런 의도에서 비롯된 겁니다. 배우들과의 협업을 통해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감독은 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성장을 돕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신인 중심의 캐스팅은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동시에 시청자에게 낯설지만 진정성 있는 캐릭터를 선보이는 효과를 냈습니다.
공포를 넘어선 이야기의 힘
‘기리고’는 공포라는 장르의 틀 안에서도 이야기의 힘을 잃지 않습니다. 앱의 저주에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하준과 신내림을 받은 누나, 그의 남자친구 방울의 만남은 추리 요소를 더하며 전개를 풍부하게 만듭니다. 또한 10대 캐릭터들이 느끼는 우정, 열등감, 선택의 갈등 같은 현실적인 감정선은 사건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이런 감정의 묘사는 극단적인 죽음의 설정 속에서도 이야기가 허공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정교한 장치입니다. 기술과 주술의 대립, 디지털과 신앙의 충돌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현대 사회의 새로운 불안요소를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기리고’는 공포와 판타지를 통해 10대의 성장통을 담아내며, K-콘텐츠가 장르 융합에서도 얼마나 확장 가능한지를 보여준 문제작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