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밖으로 나온 유물들
지난 9월 19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2026 국중박 분장놀이 전국편 결선이 열렸습니다. 2024년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 처음 전국 단위로 확대됐는데요. 춘천과 공주, 대구, 전주 4개 권역 본선을 거쳐 올라온 25개 팀이 무대에 섰고, 사전 신청 2,000석이 조기 매진되면서 관람객 약 3,000명이 몰렸습니다.
참가자들은 유물의 3D 모델과 논문까지 찾아보며 형태와 역사를 연구한 뒤 직접 옷을 만들어 입었습니다. 반가사유상이 턱을 괴고 랩을 하고, 국새가 금빛 의상을 입고 걸어 나오는 장면에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졌죠. 유물이 전시장을 벗어나 관객과 직접 만난 셈입니다.
대상을 받은 잉어 연적
영예의 대상은 간호학과 4학년 전은슬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는 백자 청화 잉어 모양 연적을 재현해 몸 전체를 파란색으로 칠하고 바닥에 누워 발끝으로 꼬리를 팔딱거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요. 취업 준비로 지쳐 있었는데 큰 용기를 얻었다는 수상 소감이 현장을 울렸습니다.
최우수상은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을 표현한 국보급 사자들, 청동방울 팔주령을 재현한 무연모, 단종 복위 금보를 다룬 팀 등에 돌아갔습니다. 농구선수 출신 모델 이혜정 씨가 간돌검으로 변신해 옆걸음으로 런웨이를 걷는 장면도 화제가 됐습니다.
기업들도 주목한 축제
행사장에는 유통과 식품 기업들의 체험 부스도 들어섰습니다. 오뚜기는 열라면 출시 30주년을 맞아 활쏘기와 열 글자 찾기 놀이를 운영했고, 정관장은 조선 왕실 건강차를 재해석한 궁정비차 시음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마케팅이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통로가 된 겁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시장 안에 갇힌 유물이 현재에 살아난 것이라며 내년에는 더 성대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물관은 지난해보다 한 달 반 앞서 방문객 500만 명을 넘어섰는데, 문화유산을 보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바꾼 시도가 통한 셈입니다.